각 부처 공무원 매년 1%씩 줄여, 국정과제 업무에 재배치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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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통합활용 정원제’ 도입

정부가 부처별로 공무원을 매년 1%씩 감축해 반도체 육성 같은 국정과제와 현안 업무에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 체계’를 실현하기 위해 역대 정부를 거치며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의 군살을 빼겠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는 12일 국무회의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 인력운영 방안’을 보고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인구 감소와 규제 개혁, 민간부문의 성장 등 행정 환경이 변화했는데 인력을 지속적으로 증원하면서 국가 재정 부담과 행정 비효율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통합정원제로 정원 5% 재배치
먼저 정부는 매년 각 부처 정원의 1%, 임기 중 총 5%를 별도의 인력 풀(Pool)로 관리해 필요한 업무에 재배치하는 ‘통합활용 정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조직과 인원을 감축해 정책 수요가 많은 곳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이다. 지방자치단체도 같은 방식으로 매년 정원의 1%를 재배치할 계획이다. 공무원 전체 정원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재배치 과정에서 일부 감축될 가능성도 있다. 한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제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수가) 감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18개 부처 등 48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직 진단’에 나설 계획이다. 각 기관을 전수조사해 불필요한 기능과 인력을 골라내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중앙행정기관에 대해 조직 진단을 하는 것은 2006년 이후 16년 만이다.

각 부처와 기관이 8월 말까지 자체 진단을 한 뒤 ‘민관 합동 정부조직진단 추진단’이 9월부터 종합 진단을 실시한다. 그 결과 조직 관리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 부처를 대상으로 심층 진단을 통해 불필요한 기능과 인력을 골라낼 방침이다. 13일 출범하는 추진단은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현재 공석)이 공동 단장을 맡았다.

이번에 도입되는 통합활용 정원제는 박근혜 정부가 2013년부터 실시했던 ‘통합정원제’와 유사하다. 박근혜 정부도 매년 정원의 1%씩, 임기 중 5%의 공무원을 재배치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부 초기에 비해 공무원이 4만 명가량 늘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당시 경찰과 사회복지공무원 등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며 “이번 정부는 경찰 등에 대해서도 정원 동결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 공무원노조, 공시생 반발
정부가 16년 만에 공무원 조직에 ‘메스’를 들이댄 것은 공무원 수가 필요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판단에서다. 노무현 정부 말기 97만8000명이던 공무원 수는 보수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각각 99만 명, 103만2000명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13만1000명 더 증가해 116만3000명이 됐다. 이에 따라 공무원 인건비도 2016년 32조1000억 원에서 올해 41조3000억 원으로 늘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매년 1500∼2000명 정도의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 감축분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각 부처가 조직 운영 효율화에 미흡한 경우 조직 증설을 막는 등의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공무원 노조와 공시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대응 때문에 현장에선 인력이 모자라다고 아우성”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구조조정을 하면 공무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겠느냐”고 지적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A 씨(31)는 “공무원 정원이 동결되면 정년 등으로 인한 자연 감소분만 충원되고, 신규 채용은 줄어들 것”이라며 “수험생 입장에서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공무원#통합활용 정원제#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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