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시도 청소년 10명 중 4명 “입원 필요해도 집 갈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3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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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 생명의전화와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마포대교 안전펜스는 철사를 끊거나 10cm 이상 벌어지면 119구조대와 연결된 센서가 작동해 구조대가 출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2021.5.23/뉴스1
23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 생명의전화와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마포대교 안전펜스는 철사를 끊거나 10cm 이상 벌어지면 119구조대와 연결된 센서가 작동해 구조대가 출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2021.5.23/뉴스1
극단적 시도 후 응급실에 온 뒤 집으로 돌아간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의료진이 추가 치료를 권고했음에도 자발적으로 귀가했다는 국내 연구진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중학생과 고등학생(14~19세)들의 정신건강이 최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이경신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14~19세 인구 10만 명당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건수는 135.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연령대 평균(약 70.8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을 활용해 2016~2019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응급실에 온 14~19세의 특성을 분석했다.

2016~2019년 극단적 선택으로 응급실에 온 뒤 귀가한 14~19세 10명 중 4명(38.2%)은 자발적 의사에 따라 퇴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 중 자발적으로 요청해 퇴원한 건수는 2016년 447건에서 2019년 1219건으로 2.7배로 늘었다.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자발적으로 퇴원한 환자의 경우 또 다시 극단적 시도를 할 위험도가 더 높았다. 이러한 환자들은 퇴원 후 사후관리사업에 대한 참여도가 낮고, 병원에 유사한 이유로 다시 내원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됐다.

2010년 대만 연구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퇴원을 선택한 환자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치료받은 환자와 비교해 사망률이 43% 높았다. 연구는 1998~2005년 타이베이시립정신건강센터에 입원한 환자 1만1040명을 추적 관찰했다.

또 중학생(14~16세)이 고등학생(17~19세)에 비해, 여성 청소년이 남성 청소년에 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청소년 세대의 연령별, 성별 정신건강 특성에 맞춰 예방 프로그램을 설계할 것을 제언했다. 적절한 예방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청소년기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경험이 향후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성호경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센터 전문의는 “응급실은 극단적 시도를 한 환자들에게 의료의 첫 번째 접점”이라며 “이러한 청소년기 환자들에 초점을 맞춘 응급실 기반 위기 개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은 확장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학술지 ‘BMC psychiatry’에 22일 발표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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