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개시한 검사가 기소 못해…검찰 ‘깊은 한숨’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30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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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검찰청법 본회의 통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완전히 분리됐다. 수사를 개시한 검사는 기소를 할 수 없는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는 예외다. 또 검찰은 직접 수사권을 가진 부서의 현황을 분기마다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신설된 법 제4조 3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도록 못박은 것이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를 뒀다. 공수처법 제47조엔 공수처 검사의 직무·권한은 검찰청법은 준용하게 돼 있는데, 이 부칙으로 공수처 검사는 지금처럼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다.

이번 검찰청법 개정안엔 공소 유지와 관련 표현은 삭제됐다. 애초 민주당이 제시한 안에는 수사한 검사가 공소 제기는 물론 공소 유지에도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개정 검찰청법은 공포 수 5개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수사·기소 분리’를 정한 법 제4조 3항은 부칙에서 개정법이 시행된 이후 공소를 제기하는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법 제24조(부장검사) 4항에 ‘검찰총장은 제4조 1항 1호 가목의 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의 직제 및 해당 부에 근무하고 있는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신설된 내용도 담고 있다.

아울러 검찰총장은 일선 검찰청의 부패범죄·경제범죄 직접수사 부서 및 소속 검사·수사관 등 현황을 분기마다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검찰 안팎에선 개정 검찰청법에 따른 업무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급기야 “수사·기소 분리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김윤섭 인천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는 검사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청법 수정안의 ‘제4조 2항’의 허점에 대해 짚었다.

김 차장검사는 “A검사가 직접수사를 개시한 후 인사이동, 퇴직 등의 사유로 사건이 재배당돼 B검사가 피의자신문 등 수사를 계속하게 됐을 때 검사동일체 원칙상 두 검사 모두 수사개시한 검사가 된다”며, “만약 그렇게 보지 않으면, B검사는 수사개시한 범죄가 아니어서 기소가 가능할 수 있다고 해석하게 된다. (제4조 2항을) 규정을 쉽게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이춘 수원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방산비리·기술유출 사건·증권범죄 등을 언급하며 “수사와 기소를 연계하거나 결합돼야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며 “(수사·기소가 분리되면) 기소검사는 수사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기술자료를 포함한 수만 페이지의 기록을 다시 검토해 혐의 유무를 판단하고 법리검토를 해야 하는데, 필연적으로 수사지연을 초래한다”고 했다.

그는 일례로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 ‘산업기술의유출방지 및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의 사건을 꼽았다. 이 부장검사는 “이런 기록들은 장기미제사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저도 10년 이상 관련 분야 수사경험이 있고, 이 분야 공인전문검사인데도 이런 사건을 배당받으면 어렵게 느껴지고, 최종처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술유출 수사의 경우 수명의 검사가 수개월 동안 피해회사의 기술자료 연구, 기술 전문가들 면담, 사건관계인들 의견 청취 과정을 거쳐야 겨우 전문기술 영역에 대한 이해 및 사건 관련자들 주장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수사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기소검사가 단기간에 전문기술과 증거관계를 이해하고 기소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종 처분을 하더라도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결정인지 다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구속사건의 경우 수사검사가 구속만기 직전 방대한 수사자료를 기소 검사에게 인계할 때 기소검사는 사실상 기소 여부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검 측은 “검사 수사개시 사건 중 구속·시효 임박 사건은 시간에 쫓겨 ‘깜깜이 기소’(억울한 피고인) 등 부실기소 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불구속 사건은 ‘불필요한 사건지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검찰총장이 직접수사 부서의 현황을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에 대해선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지나친 관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중앙지검 측은 “직접 수사부서의 직제, 소속 인원, 파견 등 구체적 현황은 수사팀 신상이나 특정 사건의 수사상황과 관련된 대외비로서 자칫 수사정보가 유출되거나 정치적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현행법상 검찰의 인사 예산 등은 법무행정의 일부로서 법무부 장관이 관장하나, 검찰 사무는 국가 사법작용의 한 부분이므로 준사법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경우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 특정 사안과 관련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경우는 없다”며 “검찰총장의 보고의무로 인해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건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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