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제 공조로 막아내야[기고/숀 버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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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일본 정부가 2023년부터 2051년까지 하루 최대 50만 L의 후쿠시마(福島)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밝힌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피스 제안에 따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 청구 및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일본은 해저 터널 공사를 진행하는 등 방류를 준비 중이다. 도쿄전력은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내용의 한국판 광고 영상을 배포하며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방류할 오염수의 양 등 기본적인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후쿠시마 오염수의 양은 129만3000t에 이른다. 핵연료를 제거하는 폐로(閉爐) 작업을 위해 투입되는 냉각수도 모두 오염수가 되기 때문에 그 양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방사능 농도를 현행 기준인 L당 1500Bq(베크렐·방사성물질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이하로 희석한 뒤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오염수 1L당 254L의 깨끗한 해수가 필요하다. 해양에 방류할 오염수는 총 3억 t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오염수 희석 기술에도 의문이 있다. 도쿄전력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기술은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물질 처리에 계속 실패했다. 오염수를 희석 처리하더라도 생태계 유전 변이를 일으키는 ‘삼중수소’와 ‘탄소-14’는 모두 바다로 배출되므로,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피해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은 약 30년 동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1∼3호기에 남아 있는 약 997만 kg의 핵연료 파편 중 1g을 올해 중 제거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해양 방류는 21세기를 넘어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는 폐로 작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1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계획의 문제점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도쿄전력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방사선 영향평가 보고서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피해가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IAEA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국제사회의 연대도 중요하다. 호주와 뉴질랜드, 피지 등 18개국으로 이뤄진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적 협의와 독립적이고 검증 가능한 과학적 평가가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남은 시간은 약 1년뿐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168개국이 비준한 국제해양법을 통해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한국의 새 정부도 국제해양법재판소 잠정 조치 청구를 신속히 진행하고, PIF 18개 회원국 등 방류 반대 국가들과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야 한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후쿠시마#오염수 방류#국제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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