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수사 검사 “범죄가 두부냐?…재앙 발생할 것”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4월 25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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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형사2부 박세혁 검사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중재안을 지적하고 나섰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범죄가 두부냐? 카스텔라냐? 동일성과 단일성?’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범죄는 다른 인간사의 모든 사실이나 상황처럼 두부나 카스텔라처럼 딱 절단돼 구분 지어 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단일성’ 혹은 ‘동일성’이라는 개념이 법률 규정 혹은 관념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 실무현장에서는 그 기준과 처리가 모호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수사상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검수완박 법’ 중재안에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 수사할 수 있는 요건으로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른바 ‘별건 수사’ 금지다.

박 검사는 자신이 맡고 있는 ‘계곡 살인 사건’을 예로 설명하면서 “(단일성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 금지는) 도무지 수사 현실을 모르는 단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병석 의장님 ‘중재안’대로 검찰의 보완수사 혹은 보완수사 요구가 좁은 의미의 ‘동일성, 단일성’ 기준에 따라 운용된다면, 살인 범행 및 보험금 편취 미수 범행의 본체를 규명하지 못한다”며 “공범 추적 및 범인도피 등 사범 추적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찰은 2019년 가평 용소계곡 살인 및 8억원 보험금 편취 미수로 송치를 했다”며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은 두 사건 범행에 대해서만 직접 보완수사 혹은 경찰의 보완수사요구만이 가능하다”고 했다.

즉 “만약 중재안에 따랐다면 양양 복어독 살인미수와 용인 낚시터 살인미수의 범행에 대한 수사는 시작할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라며 “두 사건의 범행 입증이 있으면 ‘계곡 살인 사건’에 대한 입증 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8억원 보험금 편취 미수 범행까지 자연스레 입증할 수 있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일성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수사가 가능하다면, 확보한 차고 넘치는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사건에 대해 ‘범행 일시, 장소, 범행 수법’ 등이 판이해 수사 개시조차 할 수 없다”며 “검사의 눈앞에 이은해 씨와 조현수 씨의 별건 살인미수 범죄가 명백히 보임에도 칼을 꺼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면, 그야말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앞서 지난 22일 박 의장의 중재안에 따라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범위 중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는 즉시 삭제하고 ‘부패·경제’는 남기되, 이 두 범죄도 1년 6개월 안에 중대범죄수사청 등 새 수사기관이 출범하면 폐지하도록 하는 내용에 여야가 합의했다.

합의안은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한다(별건 수사 금지)’는 조항을 두고 있어서 검찰에 한시적으로 남겨진 부패·경제범죄 수사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고소·고발사건 수사나 인지수사를 진행하던 중 추가 혐의를 발견해도 직접 수사가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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