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민노총 제치고 2년만에 ‘제1노총’ 복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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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수 역전… 2만명 더 많아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제1노총’ 지위를 되찾았다. 2018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조합원 수가 역전된 뒤 2년 만이다.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115만4000명으로 민노총(113만4000명)보다 2만 명 많았다. 국내 노조 조합원 중 41.1%가 한국노총 소속으로, 40.4%가 민노총 소속으로 집계됐다.

한국노총은 2018년 기준 집계에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민노총에 1노총 자리를 내줬다. 한국노총이 2년 만에 다시 1노총이 된 것을 두고 노동계 안팎에선 “공공부문 등을 대상으로 조합원 늘리기에 나선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민노총이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등 강경 투쟁을 고집한 것이 한국노총의 조합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노총 강경투쟁에 한노총 가입 늘어”
한국노총 ‘제1노총’ 복귀

노동계에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제치고 국내 ‘1노총’ 자리를 되찾은 배경에 민노총의 강경 투쟁 노선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과 공공 부문 등이 투쟁 위주인 민노총 대신 한국노총을 선택하면서 ‘반사이익’을 봤다는 의미다.

○ 강경 투쟁보다 실리 추구
지난해 한국노총은 삼성그룹 계열사 등을 중심으로 신규 조합원을 늘렸다. 2019년 말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로는 처음 상급단체에 가입한 삼성전자 노조는 민노총의 강경 투쟁노선에 대한 거부감에 한국노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실리를 따지는 한국노총 노선이 우리 노조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조를 비롯한 한국노총 삼성그룹노조연대 조합원 수는 현재 1만5000명에 이른다.

한국노총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조합원 증대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1노총 지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전국통합공무원노조와 교사노조연맹 등을 아우르는 공공노총이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약 10만 명 규모다. 현 민노총 지도부가 완강하게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만큼 대정부 교섭이 필요한 공공 부문 노조가 한국노총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노조 출범 후 처음으로 2018년 민노총에 조합원 수를 역전당하면서 ‘세(勢) 불리기’에 나선 것도 1노총 탈환의 요인으로 꼽힌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신임 위원장에 당선된 직후 “1노총 지위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면 민노총과 조직 경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산하조직에 적극적으로 조합원 수 신고를 독려했다”며 “그 결과 이전보다 신고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노조 조직현황 통계는 노조가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작성하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신고했다는 뜻이다.

○ 1노총 변경에 정부 부담은 덜 듯
2년 만에 1노총 순위가 뒤바뀌었지만 이로 인한 실질적인 변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1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등 각종 정부 위원회에 참여할 때 다른 노총보다 더 많은 자리를 보장받는다. 실제 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 앞서 한국노총보다 더 많은 자리를 달라고 고용부에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2년 동안 한국노총이 1노총이었던 때와 동일하게 정부 위원회가 운영됐다.

다만 노동계와 대화를 추진하는 정부 입장으로서는 다소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민노총은 1노총이 된 이후에도 사회적 대화를 거부해 왔다”며 “정부로서도 민노총이 빠진 사회적 대화에 부담을 가졌는데 다시 한국노총이 1노총이 되면서 이런 부담을 덜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노조 가입자 역대 최다
지난해 국내 노조 가입자는 280만5000명으로 2019년보다 26만5000명 늘었다. 역대 가장 많은 수치다. 노조 조직률 역시 1994년 이후 최대치인 14.2%로 나타났다. 2019년보다 1.7%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민간보다는 공공에서 노조가 더 활발하게 조직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부문의 노조 조직률이 11.3%에 그친 반면, 공공 부문은 69.3%에 달했다. 공무원은 전체의 88.5%가 노조에 가입했다. 교원 가입률은 16.8%였다.

한편 한국노총과 민노총 중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노조 조합원은 41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노총#제1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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