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냐 …“제주 지진은 ‘수평이동 단층’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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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4일 2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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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5시19분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해 제주도교육청 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한 모습.(제주도교육청 제공)2021.12.14/뉴스1 © News1
14일 오후 5시19분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해 제주도교육청 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한 모습.(제주도교육청 제공)2021.12.14/뉴스1 © News1
기상청이 14일 오후 5시19분 발생한 규모 4.9의 제주 지진에 대해 ‘주향이동단층 운동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반도가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지진이자, 국내 지진 관측(1978년) 이래 11번째로 큰 지진으로 기록됐다. 제주 인근 해역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지진이다.

유상진 지진화산정책과장은 이날 지진이 발생한 지 약 2시간40분만에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번 지진은 한반도 주변 남해와 서해 해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주향이동단층 운동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단층운동은 ‘미는 힘’(P파 초동 상향)과 ‘당기는 힘’(P파 초동 하향)이 작용해 발생하는데 단층에 따라 정단층형, 주향이동형 및 역단층형으로 구분된다.

이중 주향이동형은 한반도의 가장 주된 단층 형태로,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을 말한다. 양산 단층대, 공주-금왕 단층대, 가음 단층대, 인제 단층, 광주 단층, 전주 단층, 신갈 단층, 왕숙천 단층 등이 대표적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그동안 지각에 쌓였던 힘이 판 내부까지 전달되면서 단층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일본이나 인도네시아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일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계속되고 있고, 인도네시아에선 이날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본 같은 경우 거리가 있어 에너지가 이 정도로 전달되기 어렵다”며 “내부에 쌓였던 힘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발생한 지진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지진과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상청 지진조기경보연구 기술을 개발하는 케이아이티밸리의 이호준 박사는 “최근 일본 류큐 열도 밑 쪽으로 지진이 다발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가까운 지역에 있다 보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발생 원인에 대해선 여러가지를 따져봐야겠으나, 동일본 대지진 여파가 아직까지 바다 깊은 쪽에선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규모 5.0 지진 발생이 다섯 차례나 발생했다”고 말했다.

유 과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진이라는 게 음역의 쌓임과 풀림 과정에서 발생하기에 주변 지진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있을 수도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단언하기 어렵다. 추가 연구와 조사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우리나라는 지질 구조상 판 경계가 아닌 판 내부에 있어 지진에서 안전한 편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남한내에는 약 450개의 활성단층이 알려져 있으며, 경주∼양산∼부산을 잇는 ‘양산단층’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활성단층이다.

그러나 최근 규모 5.0 안팎의 꽤 강한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종종 발생하면서 숨겨진 활성단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 박사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단층 전체가 불안정해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몇 백 년 동안 규모 5.0, 6.0 이상의 지진이 국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 발생 위치는 북위 33.09도, 동경 126.16도이며 발생 깊이는 17㎞다.

지진의 예상진도는 제주 5단계, 전남 3단계, 경남·광주·전북에서 2단계로 분석됐다. 진도 5단계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가 넘어지기도 한다.

다만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과장은 “이번 지진은 규모 4.9에 주향이동단층 운동이라 지진해일이 발생할 정도의 에너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진해일 시뮤레이션 사전 자료를 기반으로 봐도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해안가 주민들은 지진·해일이 발생할까 불안해하고 있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특급호텔의 경우 지진 발생 당시 10~20분정도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 교수는 “이번 지진이 제주도 해안선 근처에서 발생한 만큼 피해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며 “계산된 지진동의 크기만 보더라도 건물에 피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여진은 수개월에서 최대 1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30분 기준으로 총 9회의 여진이 발생했고, 여진 규모는 1.6~1.7다.

이 박사는 “하루 안에 3.9 정도 규모의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후에도 작은 지진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규모가 점점 더 작아질 것이기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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