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버섯 보호가 우선이라고”… 규제에 발목잡힌 풍력발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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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림 인허가 협의 절반 이상 불발
부지서 희귀 동물 배설물 나오거나, 버섯 등 무상양여지역인 경우 제동
업계 “국가 정책, 행정 뒷받침돼야”

정부의 탈원전 및 탈석탄 에너지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확충이 시급하지만 풍력과 태양광 등 발전시설 확충은 난항을 겪고 있다.

8일 산림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국유림 내 육상풍력발전단지 인허가(산지일시 사용허가) 협의 신청 19건 가운데 협의 완료는 9건이었다. 나머지는 △불협의 6건 △협의 중 3건 △자진 취하 1건 등이다. 불협의 6건 가운데 5건이 강원도 내 추진 사업으로 도내 신청 10건 중 4건이 협의 완료됐고 1건은 협의 중이다.

불협의의 주요 이유는 산림 훼손 및 희귀 동식물의 생태 악영향 우려, 국유림 무상양여지역으로 주민 소득에 지장 초래 등이다.

강원 삼척시에 10기(50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A업체는 올 들어 3차례 의제협의를 신청했지만 모두 불협의 처리됐다. A업체는 당초 15기(75MW) 규모로 추진하다가 두 차례 불협의 처리되자 규모를 축소했지만 세번째 협의 신청도 허사였다.

해당 풍력발전단지 부지에서 산양 배설물이 발견됐고, 일부 부지가 주민들을 위한 버섯 무상양여지역이라는 이유였다. 또 해당 부지에 숲길(등산로)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업체는 무상양여지역 문제는 주민과 협의해서 풀고, 산양 문제도 전문가를 통한 재조사 결과 산양의 집단서식지가 아니라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숲길을 대체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영월군에 54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추진 중인 B업체도 두 가지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B업체가 임도에서 발전단지까지 내기로 한 길에 조림지가 포함돼 있고, 해당 부지 일부가 지역주민을 위한 버섯 무상양여지역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또 영월군에 36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추진한 C업체는 진입로 포함 면적 기준(10만 m² 이하)을 초과해 불협의됐다.

이에 대해 풍력발전 업계는 국유림 내 육상풍력 사업의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산림청의 허가 기준이 까다롭다는 주장이다. 산림청 관련 법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행정이 달리 처리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육상풍력 사업은 대부분 국유림에서 추진되고 있고 사실상 관할 지방산림청의 승인 여부에 따라 사업 추진이 결정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고 하지만 행정 곳곳에는 아직도 이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며 “풍력발전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이 뒷받침되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확충은 필요하지만 소중한 산림도 지켜야 하는 만큼 허가는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며 “불협의됐다 하더라도 법적 기준에 맞도록 보완한다면 협의 완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풍력발전#국유림 인허가#불발#산양#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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