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으로 평생현역 실천… “돈 없이 오래 살 위험 대비해야”[서영아의 100세 카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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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은퇴후 투자교육 연구소장 ‘재취업’… 20년째 고객 위한 노후설계 금융교육
유튜브 강연 ‘노후파산’ 조회수 247만… 80세 이후는 없는 것처럼 살지 말길
‘자녀가 내 노후 보장’ 생각도 착각… 늦어도 40代부터 인생 2막 준비를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평생 현역이 가장 좋은 노후 대책’이라는 지론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고 있다. 74세가 된 지금도 두 개의 사무실을 오가며 요청이 있으면 어디에나 자신이 가진 노후설계와 은퇴에 대한 지식을 나눠준다. 이훈구 기자 ufo@ donga.com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평생 현역이 가장 좋은 노후 대책’이라는 지론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고 있다. 74세가 된 지금도 두 개의 사무실을 오가며 요청이 있으면 어디에나 자신이 가진 노후설계와 은퇴에 대한 지식을 나눠준다. 이훈구 기자 ufo@ donga.com
“노후 설계의 발목을 잡는 세 가지 착각이 뭔지 아세요. 첫째 자신에게 80세 이후 삶은 없다고 생각하는 착각, 둘째 죽음이 어느 날 갑자기 조용히 온다는 착각, 셋째 자녀가 내 노후를 보장할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74)가 요즘 많이 하고 다니는 얘기다. 좀 더 설명을 들어보자.

“우선 자신에게 80세 이후는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누구나 100세까지 산다고 각오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해 절약하고,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이라도 할 생각을 해야 해요. 둘째로 죽음까지의 마지막 몇 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아프고 힘듭니다. 이때 돈 문제와 외로움 등으로 고생하게 되지요. 셋째, 자녀는 당신의 노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식에게 마구 투자하면 내 노후가 보장될 것이라는 막연한 착각을 버려야 하지요.”

노후를 조금은 안이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는 가차 없는 ‘팩트 폭격’이 아닐 수 없다. 14일 찾은 그의 개인 사무실은 수십 년간 모아놓은 은퇴 관련 서적과 자료들로 가득했다.

○ 금융교육으로 투자자 교육 열풍 일으켜

강창희 대표는 말 그대로 한국의 은퇴 및 투자 교육의 개척자다. 자산운용사의 대표를 2차례 역임한 뒤인 2002년, 갑작스레 ‘금융 교육’ 분야로 전업을 선언하고 투자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종의 ‘재취업’이죠.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자산운용 전에 투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절감했어요. 투자자들에게 장기 분산 투자를 설득할 길이 없었거든요.”

금융투자는 ‘재테크’로만 인식되던 상황에서, 그가 생애 설계를 위한 자산 운용과 장기 투자, 적립식 투자, 분산 투자를 설파하면서 업계 전반에 투자자 교육 열풍이 일어났다. 마침 저금리와 고령화 시대가 오고 있었다. 전국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돈 없이 오래 살 위험에 대비하라’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젊어서부터 준비하라’는 그의 노후에 대한 충고는 이 분야 사람들에게는 고전이라고 할 정도로 침투해 있다.

“처음 ‘오래 사는 위험’이라는 말을 본 것은 한 자산운용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을 때였어요. 당시 고문으로 있던 티머시 매카시라는 미국인이 ‘일본인이여 돈에 눈을 떠라’는 제목의 책을 제게 줬는데 목차에 ‘장수 리스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고나 질병으로 일찍 죽을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생명보험에 드는 것처럼 너무 오래 살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였죠. 80세까지 산다고 생각하고 가진 돈을 다 써버렸는데 100세까지 산다면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겠죠.”

○평생 현역이 최고의 노후 대책

그는 ‘평생 현역이 최고의 노후 대책’이란 자신의 지론을 몸소 실천해 보이고 있다. 74세인 요즘도 트러스톤자산운용 사무실과 서울 여의도 개인법인 사무실을 오가며 강연을 요청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다만 웃으며 얼버무리는 그를 상대로 캐묻다 보니 거의 재능기부 차원으로 이뤄지는 일들이 많았다.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습니까. 누군가 제 얘기를 들으려 하고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말이죠.”

그가 꼽는 노후를 괴롭히는 세 가지 난적(難敵)은 돈 건강 외로움인데, 여기서 벗어나는 특효약이 바로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노후에는 멋진 일, 폼 나는 일은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허드렛일이라도 즐겁게,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권한다.

최근에 낸 저서 ‘오십부터는 노후 걱정 없이 살아야 한다’(포레스트북스)에는 젊은 세대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노후 준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어떻게 살아남을까. 장밋빛은 아니지만 준비만 잘한다면 마냥 잿빛도 아니다.

○‘자식이 부모보다 가난한 시대가 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연간 최대 320회 강연을 뛰었다. 코로나 사태로 발이 묶인 뒤에는 유튜브라는 신세계가 열렸다. 유튜브 경제방송인 삼프로TV에 지난해 10월 강 대표가 출연한 ‘노후 파산’ 관련 동영상은 조회수 247만 회를 기록했다. 여기서 그는 위에 소개한 ‘노후를 망치는 3가지 착각’에 대해 얘기했다.

이 밖에도 그는 ‘젊은 세대는 재테크보다는 당장 자신의 직업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남는 투자’라고 강조한다. 저금리 시대에 자신이 받는 노동소득을 월 100만 원 올리는 것은 자산 10억 원을 갖는 것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 또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중 연금으로 안전망을 구축하라고 말한다.

“직장인은 특히 퇴직연금 관리에 따라 노후가 달라집니다. 미국에서는 ‘백만장자 퇴직자’가 늘고 있어요. 미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제도인 401K와 미국 주식시장의 활황 덕분인데, 20∼30년 퇴직연금을 적립식으로 부으면 복리로 불어나 퇴직할 때쯤 100만 달러, 우리 돈 10억 원 정도는 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거죠.”

○라이프워크 만들어 창직

2014년 동아스마트금융박람회에서 ‘100세 시대의 생애 설계와 자산 관리’에 대해 강연하는 강 대표. 동아일보 DB
2014년 동아스마트금융박람회에서 ‘100세 시대의 생애 설계와 자산 관리’에 대해 강연하는 강 대표. 동아일보 DB
그로서는 금융 교육에 매진해온 지난 20년간은 ‘창직(創職·기존에 없던 직업 직종을 만들어내는 것)’ 과정이었다고 한다. 대우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증권사와 투신사를 오가며 일해 온 그는 55세이던 2002년 굿모닝투자신탁운용(현 PCA투자신탁운용)에 투자교육연구소를 만들고 소장으로 취임했다. 사회공헌이란 단어가 생소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2004년부터는 미래에셋으로 자리를 옮겨 부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으로 일했다. 이 또한 그가 사측에 제안해 이뤄진 일이었다. 미래에셋에서 9년간 일한 뒤 2012년 12월 말 65세로 은퇴했다. 2014년부터는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로 일하고 있다.

금융교육은 눈앞의 성과나 돈 버는 일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다.

“당장의 매출을 요구하지 않는 좋은 경영자와 함께했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죠.”

대신 그가 속한 조직의 명예와 영향력, 대중이 느끼는 친숙도가 커졌을 것이다.

○자녀에게 자립과 결핍을 가르쳐라

이런 그가 늘 강조하는 것이 ‘자녀 리스크’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노후를 생각지 않고 자녀에게 올인했다가 비참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는 지적이다. 사교육비, 결혼 비용에 사업 비용까지 대주고는 쪽방에서 노후를 맞는 노인들도 부지기수라고 강조한다. 그렇게 성장한 자녀들이 취업도 못 하고 있으면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걸 그는 ‘자녀 리스크’라 부른다.

“자녀의 도움을 받는 고령자는 현재 통계로 23% 정도지만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겁니다. 10년 전만 해도 이 비율은 40%에 육박했지요. 선진국에서는 노후 수입 대부분은 연금에서 나오고 자녀에게서 오는 수입은 0.4∼1% 선에 그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무원 교사 군인을 제외한다면 공적연금만으로 노후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3층 연금구조를 마련해 노후 고정수입을 최대한 확보해 놓아야 하는 이유다. 그가 자녀에 대한 투자를 줄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저성장과 결핍의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30만 명도 태어나지 않는 아이들이 매년 100만 명씩 늘어나는 노인세대를 먹여 살릴 수는 없죠. 여기에 저성장을 맞은 세계적 현상으로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시대가 왔습니다. 각자도생하지 않으면 함께 쓰러질 수밖에 없어요.”

○노후 준비,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시작하라

그는 은퇴 준비, 노후 준비에 대해 “생애 주기를 기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생의 꿈과 성취 목표, 생명을 마무리할 때까지의 사이클을 미리 생각해 보고 준비하는 것이며, 일찍 시작할수록 선택지가 많고 덜 힘들다는 얘기였다.

그는 “최소한 40대에는 자신의 인생 2막에 대해 생각해 보고 50부터는 노후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물론 그보다 나이가 많은 중장년들도 각자의 단계에서 준비할 것들이 많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라고 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강창희#창직#평생현역#투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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