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출범-해외사기 ‘내우외환’… 대구은행 위상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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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시장 점유율 갈수록 하락세
수신시장 점유율도 몇년째 제자리
점포통폐합으로 충성고객 이탈
지방은행 설자리 갈수록 좁아져

대구은행 영진전문대점이 입점해 있었던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 청문관. 이 지점이 최근 동북로지점과 통합돼 폐쇄되면서 현재는 교육용 실습실로 쓰이고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은행 영진전문대점이 입점해 있었던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 청문관. 이 지점이 최근 동북로지점과 통합돼 폐쇄되면서 현재는 교육용 실습실로 쓰이고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급여이체나 카드 사용 같은 조건 없이 연 2%의 이자를 지급하는 통장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앞서 출범한 카카오뱅크도 기존 은행권과는 다른 혜택을 내세우며 금융 소비 패턴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운용비 등을 아끼는 대신 높은 예금 이자와 낮은 대출 이자를 내세워 고객 유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지방은행은 디지털 금융 혁신과 변화 대응이 늦어지면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정보통신 전문인 빅테크 기업까지 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지방은행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금융기업인 대구은행 역시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채용 비리와 직원 성추행 사건, 해외 사기사건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고객의 신뢰가 떨어지는 등 위태로운 처지다.

최근 검찰은 해외 사기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구은행 고위 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긴 했지만 은행 안팎에서는 검찰이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것 아니겠느냐며 술렁이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특수은행 본사의 부동산 매입을 추진했으나 계약이 불발되면서 12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올 3월 캄보디아 DGB 특수은행 부행장 등 현지 직원들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은행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분석도 있다. 전통적 수익원인 예대 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로 발생하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신 시장의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DGB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현재 지역 여신 시장 점유율은 29%. 2011년 35.2%에 비해 6.2%포인트 감소했다.

수신 시장 점유율도 최근 몇 년째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올 상반기 기준 수신 시장 점유율은 48%로 5년 전인 2016년 47.2%보다 소폭 상승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구은행 위상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2013년 대구 시가총액 1위였지만 올해 4위로 추락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을 비롯한 지방은행은 앞으로 수신 고객 확보가 쉽지 않아 대출 수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신규 수신 고객이 줄면 높은 이자를 주고 대출 자금을 다른 곳에서 조달하게 돼 경영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경쟁력 개선을 위해 2017년 253곳이었던 점포를 올해 230곳까지 줄이는 등 점포 효율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충성 고객인 지역민의 불만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은행은 최근 서구 삼익뉴타운점과 북구 영진전문대점 등 5개 지점의 통폐합 소식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서구의 한 주민은 “10년 이상 이용하던 은행이 걸어서 20분 이상 거리로 통폐합돼 은행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고객들이 통폐합지점으로 몰리면서 대기 시간도 길어졌다”고 말했다.

영진전문대의 한 교직원도 “학교 특성상 연세가 지긋하신 만학도 분들도 많다. 교내 은행이 없어져 불편하다는 민원이 교무부처로 종종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이 지역의 대표 금융기업인 만큼 전자금융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세대를 배려를 하는 것에서부터 체질 개선을 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노인이나 장애인들 외에도 젊은 금융맹(盲)들이 적지 않다. 대구은행 직접 대면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디지털 금융 교육을 실시하는 사회적 공헌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은행#해외사기#인터넷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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