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소외층 품는 ‘마지막 보루’… 기초수급자 아니어도 이용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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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나누는 푸드뱅크]〈하〉전국 푸드뱅크, 마켓 총 440곳
쌀-신선식품-생활용품 등 구비… 물품 안전성 깐깐하게 관리
차상위 계층이 가장 많이 이용… 거동 불편한 노인에겐 직접 배달
비대면 물품 지원 서비스도 제공… 주민센터에서 이용 신청하면 돼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올 4월부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비대면 무인 푸드뱅크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위쪽 사진). 푸드뱅크 이용자들이 마트 형식의 푸드마켓에서 식품과 생활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제공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올 4월부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비대면 무인 푸드뱅크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위쪽 사진). 푸드뱅크 이용자들이 마트 형식의 푸드마켓에서 식품과 생활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제공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는 한 싱글맘이 자녀에게 먹일 음식을 얻기 위해 지역 푸드뱅크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진열된 음식을 허겁지겁 입에 집어 넣는다. 그러다 스스로 비참함을 이기지 못해 오열한다. 푸드뱅크 직원은 당황한 기색 없이 싱글맘에게 다가와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안내한다.

국내 푸드뱅크 종사자들은 이런 장면이 결코 영화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 푸드뱅크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국내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강훈 푸드뱅크사업단장은 “푸드뱅크 이용자 중엔 ‘더 굶으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절박함을 안고 오는 이들이 많다”며 “이들이 혹여나 스스로의 모습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푸드뱅크 종사자들은 이용자 응대에 앞서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 푸드뱅크를 이용할 수 있는지, 푸드뱅크에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을 기부하고 싶으면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기초생활수급자만 푸드뱅크를 이용할 수 있나.

“아니다. 푸드뱅크는 오히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락하거나 복지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각지대 소외 계층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푸드뱅크에 들어온 기부품을 사회복지시설보다 개인 이용자에게 우선적으로 나눠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난해 12월 기준 푸드뱅크 수혜자 33만 명 중 차상위 계층이 43%로 가장 많았다. 기초생활 수급이 중단된 사람도 푸드뱅크 이용을 신청할 수 있다.”

―푸드뱅크를 이용하고 싶다. 어디에 문의해야 하나.

“주민센터에 들러 이용 신청서를 작성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개인 이용자’라는 조건에 맞는지 검토해 선정한다. 사는 곳 근처에 푸드뱅크가 없다면 가장 가까운 푸드뱅크 소재지의 주민센터로 가야 한다. 전국에 기초푸드뱅크는 310곳, 푸드마켓은 130곳이 있어 사는 곳과 인접한 시군구에 푸드뱅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국푸드뱅크 홈페이지에서 ‘우리지역 푸드뱅크 찾기’를 이용하면 가까운 푸드뱅크를 찾을 수 있다.”

―한 번 이용자로 선정되면 언제까지 이용할 수 있나.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간을 정해두고 지원을 받는다. 그 후엔 지역 내 기부품 수급과 다른 이용 희망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상담을 통해 이용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쌀이나 라면, 빵 등 주식(主食)만 구할 수 있나.

“초콜릿이나 껌 등 제과류도 있고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 두부, 김치 등 농산물도 있다. 지역에 따라선 홍삼액과 같은 건강음료를 구비한 곳도 있다. 성장기 아이를 위한 간식이나 신선식품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더 많은 기부가 필요한 상황이다.”

―식품을 아주 적은 양만 준다던데.

“지역 상황에 따라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푸드뱅크에 많은 식품을 기부하던 소상공인과 기업 기부가 줄어든 여파도 있다.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은 이용자가 지나치게 오래 보관했다가 먹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적당량을 제공하기도 한다.”

―푸드뱅크에서 구할 수 있는 생활용품엔 어떤 게 있나.

“화장지와 기저귀, 생리대, 빗자루 등이다. 칫솔과 샴푸 등 세면용품이나 락스와 세제 등 욕실·세탁용품도 필수품에 속해 제공 대상이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질이 나쁜 물건만 있는 건 아닌가.

“그렇지 않다. 물품을 기부받을 때 가공식품은 최소 30일, 신선식품은 최소 7일 유통기한이 남아 있어야 접수한다. 생활용품도 사용기한이 60일 이상 남은 것들만 받는다. 기한이 남아 있어도 안전성이 의심되면 폐기한다. 푸드뱅크에서 제공한 식품이나 생필품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물건의 상태를 깐깐하게 관리한다. 특히 최근 대기업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건을 처분하듯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단계부터 물량 일부를 기부 목적으로 돌리고 있다.”

―물품을 배달받을 수도 있나.

“거동이 어려운 홀몸노인 등에게 푸드뱅크 직원이 물품을 직접 배달해준다. 그러다 이용자가 경제적, 신체적,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푸드뱅크 직원이 포착하면 다른 복지 제도나 혜택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직원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자살예방 교육도 받는다.”

―코로나19가 걱정되는데 비대면으로 물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있나.

“올 4월부터 서울 성동구와 광주 북구, 충북 제천시, 전남 나주시 등에서 ‘비대면 무인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깨끗하게 소독한 보관함에 지원물품을 넣어두면 이용자가 편한 시간에 방문해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물품을 꺼내가는 방식이다.”

―기부에 참여하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나.

“기부물품 장부가액의 최대 100%까지 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복지 소외층#푸드뱅크#기초수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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