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생각과 감정, 판단하지 말고 가만히 두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9일 0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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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날리지(Corona+Knowledge)] <18>
“코로나에 걸리면 어쩌죠” 불안한 우리 아이, ‘마음 건강’ 챙기려면…

동아DB
1년 8개월째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누구에게나 괴로운 존재입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여러 준비가 필요할텐데요. 그 중 하나가 ‘코로나 우울’에 맞서는 ‘튼튼한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같은 무게의 짐이라도 기초 체력이 약하면 더 무겁게 느껴지기 마련이겠지요. 그래서 이번 ‘코로날리지’에선 코로나 우울, 그 중에서도 아동과 청소년이 겪는 코로나 우울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 스트레스는 늘고, 긍정적 감정은 줄어


코로나19로 인해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가 낮아졌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개발원)의 ‘2021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이전(2018년~2019년 1분기) 정신건강 관련 상담 건수는 7만7000여 건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2020년~2021년 1분기)에는 13만800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또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청소년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자신이 ‘감사, 평온, 관심, 침착함’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평균 12%였는데 올해에는 4% 뿐입니다. 개발원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감염에 대한 불안이 일상화되면서 부정적 감정이 청소년들의 기본 정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의 코로나 우울이 성인과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재난 상황을 겪을 경우 △감정 반응(불안, 우울, 무감각 등) △신체 반응(불면, 식욕저하, 두통 등) △인지 반응(집중력과 판단력 저하 등) △행동 반응(과한 의심과 경계심, 대인관계 회피) 등이 나타나는데요. 아이들은 우울한 마음을 직접적으로 호소하기보다는 등교 거부나 공격적 행동 등의 ‘행동 변화’로 주로 나타낸다는 설명입니다. 보호자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 우리 아이 ‘마음 건강’ 챙길 수 있는 방법은


그렇다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아이들이 마음 건강을 잘 챙기며 성장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소아 청소년을 위한 감염병 재난 시 마음지침서’를 펴냈습니다. 지침서에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 중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소개합니다.

학회는 일단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한 자세로 ‘정상적인 반응임을 알려주는 것’을 꼽습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들 힘들어하는구나. 내가 이상해진 것이 아니구나”라고 아이가 안심하는 것이 회복의 첫 걸음이라는 얘깁니다.

만약 아이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 됐다면 처음 겪는 상황에 마음 건강 또한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아이는 불안한 마음에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부모에게 반복해서 열을 재달라고 하거나 증상에 대해서 여러 번 물을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강박 증상처럼 보이지만 이를 비난하거나 혼내면 안 됩니다. 아이가 이해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더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자신을 불안하고 낯선 자가격리 상황으로 내몬 사람들이나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정상적인 감정이니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에너지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게끔 실내 신체 활동을 하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합니다.

아이가 코로나19에 확진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아이가 불안해할까봐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는 것은 아이의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을 이야기해주되 의료진, 부모 등 사회의 어른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야 한다면 낯선 공간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평소 쓰던 베개, 이불, 인형을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보호자가 자신을 버렸다거나 병에 걸린 것이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과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항상 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코로나 우울’이 심해지거나 트라우마로 인해 극도로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한다면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심호흡, 나비포옹법, 착지법 등입니다. 얼핏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의 몸을 이완시키고 감각을 느끼면서 통해서 ‘스스로 내 자신을 조절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목적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 어른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아이들도 슬기롭게 불안한 감정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나비포옹법
1. 깊이 심호흡을 한번 합니다.

2.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측 팔뚝에 양손을 두고 나비가 날개짓을 하듯 좌우를 번갈아 살짝살짝 두드립니다.

3. 두드리면서 내 마음과 몸에서 어떤 감정이나 생각, 장면이 떠오르는지 관찰합니다.

4.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바꾸거나 판단하려 하지 말고 그저 가만히 둡니다.

5. 10~15번 정도 두드리고 난 뒤 심호흡을 합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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