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내 미세 알코올까지 감지… ‘신형’ 음주단속기 투입 첫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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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오후 4시까지만 마셔서 지금은 다 깼는데….”

2일 오후 10시경 서울 마포구 합정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 이모 씨(28)는 음주 단속을 나온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강홍주 경장에게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씨는 강 경장의 요구로 음주 측정을 위해 하차한 상태였다. 앞서 강 경장이 이 씨의 차량 내부로 음주 감지기를 밀어 넣었는데 감지기에 수차례 빨간 경고등이 표시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강 경장이 들고 있던 음주측정기에 ‘후~’하고 불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8%. 면허 취소 수치다.

이날 경찰은 새로운 음주운전 단속 복합감지기를 적용해 전국에서 집중단속을 시작했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난해 4월부터 비접촉식 음주 감지기를 활용해왔는데 이날부터는 성능이 한층 개선된 신형 복합 감지기를 사용했다.

통상의 음주측정기는 운전자가 입을 측정기에 대고 숨을 불게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다. 비접촉식 감지기는 운전자가 입으로 불지 않고, 차량 내에 있는 알코올 입자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감지가 가능하다. 감지기에 알코올 입자가 감지돼 경고가 뜨면, 운전자를 하차시켜 소독한 음주 측정기로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한다.

이날 단속 경찰은 운전자들이 차창을 내리면 “마스크를 안 내려도 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새로운 단속 방식이 낯선 일부 운전자들은 마스크를 내리고 감지기에 강하게 바람을 불었다. 일부 차량에서는 손소독제로 인해 감지기가 오작동해 운전자가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2시간 동안의 단속에서 이 씨 등 2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오후 10시 반에는 오토바이 운전자 김모 씨(49)가 적발됐다. 김 씨가 오토바이에 탄 상태에서 경찰이 김 씨의 얼굴에 감지기를 들이대자 이내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최소 수준의 두 배가 넘는 0.189%. 김 씨는 술에 취한 탓인지 경찰이 요구한 서류에 “재송합니다(죄송합니다의 오기)”라고 적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운전자는 비접촉식 감지기의 특성을 악용해 창문을 열고 주행을 하며 음주 단속을 빠져나가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신형 감지기에는 0.5초 만에 실내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형 모터를 장착해 차량 안에 남은 미세한 알코올 성분을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도권 등 4단계 거리두기가 유지되는 지역에서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6일부터 오후 10시로 변경)로 단축되자 주간에 술을 마시고 저녁에 음주운전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간대별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일어난 사고의 비율이 2019년 40.6%에서 올해 57.9%로 늘었다. 반면 새벽시간대(0시~06시)가 자치하는 비율은 2019년 33.3%에서 올해 1~6월 20.2%로 줄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등 391개 장소에서 1837명의 경찰을 투입해 집중 단속을 했다. 이날 하루 동안 194건의 음주운전이 단속됐다. 면허취소 수준이 105건으로 가장 많았고, 면허정지 67건 측정거부 6건, 채혈 거부가 16건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대별 분석 결과를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에 공유하고, 야간뿐 아니라 낮 시간대에도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7, 8월 진행했던 음주운전 집중단속 기조를 연중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준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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