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찌 끊고 달아나도 위치추적 못한 경찰…‘대리 신고’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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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강윤성(56)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강윤성이 전자발찌 끊고 달아났지만 한동안 그가 소지했던 휴대전화의 정확한 위치를 추적할 수 없었다. 현행법상 전자발찌를 끊었다는 혐의만으로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 발찌 끊었는데 휴대전화 위치추적 못해

경찰이 강윤성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할 수 있게 된 때는 27일 오후 5시 31분 전자발찌를 끊고 약 2시간 40분이 지난 오후 8시 10분경이었다. 강을 알고 지내던 A 목사가 경찰에 “강 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112 신고를 하면서부터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에 따르면 자살 의심자 등 긴급구조가 필요한 대상에 한해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휴대전화 GPS를 활용하면 대상자 위치를 오차범위 10~20m 이내로 파악해 정확한 추적이 가능하다.

살인,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피의자의 경우에도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 가능하지만, 이때는 휴대전화의 기지국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기지국 정보만으로는 반경 300~500m까지만 알 수 있어 신속하게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강 씨가 도주했을 당시 담당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A 목사에게 “강윤성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경찰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밀 위치 추적을 위해선 자살 의심 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 훼손 후 도주한 범죄자에 대해선 훼손 사실이 확인된 즉시 휴대전화 GPS 추적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165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발찌 착용자는 실시간으로 위치 정보를 추적해도 된다는 법원의 결정이 이미 나와 있는 상태인데 현행법대로면 발찌를 끊고 난 이후에는 위치를 추적할 법적 근거를 수사기관이 따로 만들어야 하는 셈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 “공공 이익 고려” 강윤성 신상공개 결정


경찰은 2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인한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된 강윤성의 신상을 공개했다. 서울경찰청은 “2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논의한 결과 피의자 강윤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 씨가 범행을 시인하고 있고, 현장 감식 결과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혐의가 입증된다고 보고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일한 수법으로 2명의 피해자를 연속하여 살해하는 잔인한 범죄로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등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라며 “신상 공개로 얻는 범죄 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등 전과 14범인 강윤성은 특수강도강제추행 혐의로 2005년부터 15년형을 복역한 뒤 올 5월 가출소했다. 그는 출소 3개월 만에 또 다시 여성 2명을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범행 후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성범죄자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경찰청은 최근 18개 시도경찰청에 ‘소재 불명 집중 검거 및 고위험군 일제 점검 계획’을 하달했다. 신상정보 등록 결정이 났지만 주소지를 옮긴 뒤 관할 경찰서에 등록 신고를 하지 않은 성범죄자의 수는 7월 기준 119명에 달한다. 경찰은 당초 연말 이전에 점검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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