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나 다름없다”…생활치료센터 잇따른 사망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20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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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223명을 기록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학교 생활치료센터가 확진자를 이송하는 구급차들로 붐비고 있다. 2021.8.11/뉴스1 © News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223명을 기록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학교 생활치료센터가 확진자를 이송하는 구급차들로 붐비고 있다. 2021.8.11/뉴스1 © News1
“환자가 심하게 고통스러워하는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그곳은 치료센터가 아니라 그냥 격리시설일 뿐이다.”

지난 9일 인천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뒤 사망한 A씨(58·여)의 남편 B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는 생활치료센터를 ‘감옥이나 다름없는 격리시설’이라고 표현했다.

무증상 또는 경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잇따라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응급환자에 대한 대응시스템을 더 촘촘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연일 2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쏟아져 생활치료센터 입소 인원도 급증하는 상황이라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8일 충남 아산시 소재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C씨(63·남)가 숨졌다.

C씨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구급대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큰 기저질환은 없었고 입소 전 모더나 백신을 접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지난 9일 인천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도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A씨 역시 기저질환은 없었으며 평소 건강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최근 열흘 사이 생활치료센터에서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불안감은 무증상 또는 경증으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후 갑자기 상태가 나빠질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는 의문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A씨는 입소 이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된 경우다. A씨는 지난 1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A씨는 입소 3일만인 이달 4일 체온이 38.5도까지 오르는 등 발열증세가 심해져 엑스레이 검사를 받은 결과 폐렴으로 진단됐다. 이후 37도 안팎을 오르내리다가 이달 7일 오후 4시쯤 38도까지 다시 올랐다.

생활치료센터 운영지침에는 ‘체온이 37.8도 이상이거나 호흡곤란이 있는 등 바이탈사인(vital sign)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생활치료센터는 A씨를 이송하지 않았고 결국 입소 8일만에 숨졌다.

A씨 유족들은 생활치료센터의 부실대응으로 A씨가 숨졌다고 주장한다.

B씨는 “아내(A씨)는 생활치료센터 입소 이후 계속 고통을 호소했었다”며 “아내가 ‘전화할 힘도 없다’고 해 가족과 문자로 안부를 주고받았을 정도였는데, 생활치료센터는 해열제·항생제만 줄 뿐 제대로 된 치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폐렴과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를 그냥 방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활치료센터의 부족한 의료진은 더 큰 문제다.

방역당국이 전국 61곳의 생활치료센터를 조사한 결과 보유병상을 기준으로 권장 의사 인력을 충족한 곳은 10%도 안되는 6곳에 불과했다.

A씨가 입소한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입소인원 기준 최소 7명의 의사가 있어야 하지만 의사는 단 1명만 배치됐으며 그나마 상주하지도 않았다.

의료진 부족에다 연일 2000명 안팎으로 쏟아지는 확진자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의료진이 부족하면 만일의 사태 때 재빠른 대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인천의 경우 전체 확진자의 50% 이상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다. 만일 전국적으로 비슷한 비율이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매일 1000여명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생활치료센터의 의료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난망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은 일이 힘들고 위험도 감수해야 해 대부분 의사들이 가는 것을 꺼린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에 의료진 확충 요청도 하고 각 지자체에서 의료진 모집 공고를 내기도 하지만 충원이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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