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도 얘기할 시간 없냐던 엄마…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광주=이기욱 기자, 광주=이윤태기자 입력 2021-06-11 20:11수정 2021-06-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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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엄마가 저한테 그랬어요.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30분도 얘기할 시간이 없느냐고…. 그게 엄마의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몰랐어요.”

11일 광주 북구의 구호전장례식장. 9일 발생한 광주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 씨(71·여)의 딸 이모 씨(44)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는 짙은 후회가 배여 있었다. 김 씨는 ‘운림54번 버스’에 타고 가다가 버스 위로 갑자기 무너져내린 건물에 깔려 참변을 당한 사망자 9명 중 한 명이다. 부검 절차가 늦어지면서 이 씨는 사고 후 이틀이 지나서야 어머니의 빈소를 차렸다.

사고가 발생한 동구 학동에서 30년 넘게 살았던 김 씨는 평일이면 인근 지역 노인들의 말벗이 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이 씨는 “어머니가 워낙 활발한 성격에 (고령임에도) 건강하셨다. 사고 당일에도 동구 계림동에서 가정 방문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지난주 토요일에 마지막으로 엄마를 봤어요. ‘밭에서 상추를 따놨으니 가져다 먹어라’고 하셨는데 귀찮아서 안 간다고 했죠. 그런데도 계속 전화를 하셔서 결국 엄마 집에 갔는데,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상추만 받아갔어요. 그 때 잠깐이라도 엄마랑 이야길 나눌 걸…. 지금은 너무 후회돼서 미칠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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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사고 현장.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김 씨가 탔던 54번 버스는 광주시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노선 중 하나다. 이 노선을 운영하는 대창운수에 따르면 하루 평균 승객이 1만1000여 명에 달한다. 배차 간격도 6~8분 정도로 업체가 운영하는 36개 노선 가운데 가장 짧은 편이다. 그만큼 시민들이 많이 찾는 버스라는 얘기다.

탑승객 대부분이 고령층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대학병원과 ‘말바우 시장’ 등 전통시장 4곳이 운행 노선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고령층 피해가 많았다. 사망자 9명 가운데 6명, 중상자 8명 가운데 7명이 60, 70대 승객이었다.

광주=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광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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