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면 불안”…청소년 18%, 인터넷·스마트폰에 ‘과의존 위험’ 상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3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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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A 양(12)은 요즘 새벽 3시쯤 잠이 든다. 이 때까지 대부분 PC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이나 글을 보고 댓글을 달거나 직접 올리기도 한다. 거의 매일 비슷한 과정을 거친 뒤에야 잠이 든다. A 양은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지난해부터 원격수업이 시작되면서 A 양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위험할 정도로 빠져드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23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 청소년 약 127만3000명 가운데 22만8891명(18.0%)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과의존 위험’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가부는 매년 전국 초4, 중1, 고1을 대상으로 이 조사를 시행한다. 2년 전엔 과의존 위험 상태의 학생이 20만6102명으로 전체의 16.0%였다.

그 중에서 상태가 심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고 금단 현상까지 보이는 학생이 3만452명에 달했다. 특이한 건 스마트폰 대신 PC를 사용하는 학생들 중에서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에는 1만4790명이었는데 올해 1만6723명으로 약 13% 늘었다. 최성유 여가부 청소년정책관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원격수업을 위한 PC 이용이 늘어난 탓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의존에 빠지면 성인이 돼도 그 증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김래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미디어중독예방부장은 “자녀에게 PC나 스마트폰을 처음 사줄 때 원하는 대로 막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 하에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점을 반드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C나 스마트폰 과의존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 보관함’이나 ‘이용시간표’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일정 시간 스마트폰을 끄고 상자 속에 넣어두거나, 인터넷 사용 시간을 계획표로 만드는 식이다. PC와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들을 위한 치유 캠프를 운영하는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심용출 캠프운영부장은 “스마트폰 보관함이나 시간표를 만들 때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자녀와 함께 협의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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