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마스크 유해물질 논란, 고소전으로 번진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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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스크필터 유해성 논란… 교육청, 제조사 다이텍에 손배소
다이텍, 검사방법-검출량 등 반발… 섬유개발硏을 음해성 제보 고소
내리막길 걷는 대구 섬유산업계… 생존경쟁 치열해져 발생한 문제
“기관장 교체 등 구조조정 필요”

대구 서구 평리동 다이텍연구원(위쪽)과 중리동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섬유업 쇠락으로 연구개발 수주와 재정 지원이 줄면서 섬유기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다이텍연구원·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제공
대구 서구 평리동 다이텍연구원(위쪽)과 중리동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섬유업 쇠락으로 연구개발 수주와 재정 지원이 줄면서 섬유기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다이텍연구원·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제공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섬유 연구기관들 사이에 형사 고소가 벌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때 지역경제를 이끌었던 전통산업인 섬유의 쇠락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사업 분야가 일부 겹치는 이들 섬유 연구기관의 기관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고소와 행정처분 요구 등 갈등 고조

3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연구기관인 다이텍연구원은 지난해 7월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임직원들을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 고소했다. 당시 다이텍은 대구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필터 교체가 가능한 나노 마스크를 보급했는데 유해 물질 검출 논란이 일었다. 다이텍은 섬유개발연구원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시민단체에 제보해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고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수개월 동안 조사한 후 범죄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며 최근 각하 처분했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컸던 지난해 4월 다이텍이 개발한 나노 필터 마스크 30만 장을 구매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보급했다. 2개월 뒤 대구참여연대 등은 나노 필터에서 인체에 유해한 다이메틸폼아마이드(DMF)가 검출됐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다이텍은 검사 방법이 다르고 DMF도 극소량이라고 반박하면서 섬유개발연구원이 음해성 제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마스크 보급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유해 물질 검출 논란은 여전하다. 다이텍은 대구시에 보급한 일부 나노 필터 마스크 대신에 유해 성분이 없는 마스크로 교체했다. 또 대구시교육청에 납품한 마스크도 교체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실질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최근 다이텍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다이텍이 산업부에 알리지 않고 대구시 등에 마스크를 판매했다며 지난달 행정처분을 요구했다.

○쇠락한 섬유산업 자화상

섬유기관들의 갈등을 바라보는 업계는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대구를 대표했던 섬유산업은 2000년대 후반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원금은 매년 감소세다. 최근 3년간 대구 섬유패션산업에 편성된 연구개발(R&D) 등 정부 및 대구시 예산은 2018년 283억 원, 2019년 215억 원, 지난해 180억 원으로 줄었다. 산업부는 2018년부터 매년 지원했던 섬유 전문기관 운영 보조금을 끊었다.

다이텍과 섬유개발연구원,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의 생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섬유기관의 한 간부는 “각 기관의 연구 영역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전국 7개 섬유기관 가운데 대구에 3개가 몰려 있는 것도 문제를 악화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기관은 염색과 섬유, 패션 전문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사업 분야가 모호해진 상태다.

○기관 통폐합 등 구조조정 요구 목소리

이로 인해 섬유기관 구조조정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의 3개 섬유기관의 사업과 기능이 중복되는 문제는 오래된 사안이다. 난립으로 인한 비효율을 통폐합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통폐합이 어렵다면 이사회끼리 적극적인 교류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치라도 마련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장 낙하산 문제와 인적 쇄신 필요성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3개 섬유기관 가운데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2018년부터 원장이 공석이다. 최근까지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경영 정상화를 하지 못한 상태다. 다이텍은 올해 7월, 섬유개발연구원은 11월 원장의 임기가 끝난다. 그동안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 인사가 맡으면서 낙하산 논란과 전문성 부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아 이번에 개선될지 관심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재정 지원을 이유로 섬유기관장 최종 인사 검증을 정부가 하고 있는 상황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지만 내부 구성원의 경쟁력이 부족한 측면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기관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역 섬유업계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마스크 유해물질#고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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