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댐 방류로 30년간 고생” 하류지역 주민들 강력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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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의 치수증대사업 추진에
사천-남해-하동 어민들 도청앞 집회
5년간 어업 피해액 1000억원 주장

경남 사천시와 남해, 하동군 어업인들이 23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에서 ‘남강댕 치수 증대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어민 생존권 확보대책 없이 이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 사천시와 남해, 하동군 어업인들이 23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에서 ‘남강댕 치수 증대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어민 생존권 확보대책 없이 이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30년간 물 폭탄으로 피해를 입은 사천만 어업에 대한 보상, 홍수 대책 수립이 먼저다.”

경남 진주 남강댐 방류로 오랜 기간 고생해 온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 어민들이 조직적으로 들고 일어났다. 장마철 남강댐 유입량이 늘어날 때마다 사천만으로 물을 흘려보내 큰 고통에 시달리는데도 수자원공사가 다시 남강댐 치수증대사업을 시작하려 하기 때문이다.

‘신(新)남강댐 방류 피해 사천 남해 하동 어민대책위원회’(위원장 백인흠)는 24일 “남강댐 안전 확보라는 미명으로 위장한 사천만 방류증대 사업은 이 지역 어민 2만 명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파렴치한 행위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전날 오전 경남도청 정문에서 어업인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민 생존권 보장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치수증대 사업을 착수하기 전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어 방류 피해를 입고 있는 어업인에게 충분히 보상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 위원장은 “수자원공사는 책임을 지고 보상할 능력이 없다. 국회와 환경부, 국토교통부, 경남도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남강댐 치수능력 증대사업은 댐 적정 수위와 안전 확보를 위해 최대 방류량을 기존보다 2배 정도 확대하는 사업이다. 남강본류(진주 쪽) 방면은 기존 초당 800t에서 2094t으로, 가화천(사천만 쪽) 방면은 초당 3250t에서 1만2037t으로 각각 방류가 가능하도록 용량을 늘린다.

남강본류엔 여수(餘水) 터널을 설치하고 가화천 쪽엔 폭 8m의 제수문(制水門) 4개를 신설해 수문을 모두 16개로 늘린다. 그래야 1만 년 빈도의 극한홍수량(PMF)인 초당 1만9975t이 댐 상류에서 유입되는 상황도 감당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PMF 상황에서 방류를 하면 사천만 어족자원을 휩쓸어 사천과 남해, 하동어민들의 생존권은 완전 말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앞서 남강댐의 상류 유입량은 많은 반면 수심이 얕아 홍수조절 기능이 떨어지자 1990년대 후반 보강공사를 했다.

신남강댐 준공과 함께 사천만 쪽 방류량을 늘렸으나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신남강댐의 설계 유입량은 초당 1만400t. 댐에 6350t을 담고 사천만으로 3250t, 남강본류로 800t을 방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초당 최대 유입량이 1만4800t에 달했다. 2002년 태풍 루사 내습 당시 남강댐 월류(越流)와 붕괴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사천만으로 초당 5431t을 방류했다. 사천만과 남해 강진만, 하동 진교만 어장의 피해가 컸다. 쓰레기 유입과 함께 사천 저지대는 침수됐다. 이 일대엔 120ha의 꼬막과 피조개, 굴 양식장이 있다. 어민들은 “최근 5년간 어업 피해액이 1000억 원 이상이며, 어민들이 파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호 더불어민주당 진주을지역위원장은 최근 정연수 수자원공사 남강댐지사장을 만나 “진주 사천 남해 하동 모두 반대하는 이 사업에 대해 설명과 의견수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지사장은 “이 사업은 둑을 높이는 사업이 아니라 극한 홍수에 대비하는 것이다. 전국 12개 다목적댐 가운데 남강댐만 착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 사업과 관련해 주민들에게 보상할 방법은 없다. 자연재해가 생기면 법령에 따라 처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사업 시행자는 환경부 장관, 대행자는 수자원공사 사장이다. 사업비는 3800억 원, 사업기간은 5년이다. 수자원공사는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시설계를 거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지역 주민 불신과 반발이 심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남강댐 방류#주민#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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