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인이 사망’ 판박이 美사건은 살인죄 적용

조응형 기자 , 박종민 기자 입력 2021-01-13 03:00수정 2021-01-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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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외력에 의한 췌장손상이 사인… “췌장 손상은 사고 아닌 살인 증거”
美 부검 보고서… 종신형 선고
13일 정인이 양부모 첫 공판 열려
사진/뉴시스
“피고인은 두 살 여아의 췌장이 손상을 입을 정도로 폭행을 저질렀다. 췌장 손상은 고의적인 폭행 여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2017년 3월 17일 미국 네바다주 카슨시티에서 32개월 된 여아 클로이 허낸데즈가 목숨을 잃었다. 사건 직후 클로이를 돌보던 남성 보호자 에릭 불(30)은 “아이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카슨시티 지방법원은 그를 살인 및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으며, 결국 불은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클로이 사건은 13일 첫 공판이 열리는 정인이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의사 표현이 힘든 아이의 사망이란 점 외에도 사망 원인이나 정황, 보호자 해명 등이 흡사하다. 클로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숨진 정인이와 사인(死因)이 똑같다. 모두 둔력(鈍力)에 의한 복부 손상이다. 외력이 미치는 마지막 장기인 췌장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도 닮았다. 클로이는 췌장 바깥이 1cm가량 찢어졌고, 정인이는 췌장이 절단됐다.

클로이 사건은 부검의 캐서린 캘러핸의 감정보고서가 불을 살인죄로 기소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캘러핸은 보고서에서 “피해자는 둔력에 의한 외상으로 사망했으며,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살인으로 봐야 한다”고 적었다. 법정에서도 “췌장은 물론이고 심장과 간에도 손상이 있었다. 이는 단순 사고로 생길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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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초기 증언을 캘러핸은 강하게 반박했다. “아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거나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다쳤다는 등의 설명은 아동학대를 숨기기 위해 흔히 하는 변명이다. 심폐소생술로 췌장이 다치는 사례는 보고된 바 없으며, 낙상(落傷)은 심폐소생술보다 더 가능성이 낮다.”

불의 주장은 정인이 양모의 진술과도 거의 일치한다. 양모는 “아이를 떨어뜨려 의자에 부딪혔다” “택시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다 내장 손상이 생긴 것 같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췌장이 절단된 정인이보다 상처가 덜했던 클로이의 췌장 1cm 상처에도 캘러핸은 고의성이 짙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결국 불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클로이를 때렸다”고 인정했다. 2018년 1심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정인이 양모를 살인 혐의 대신 아동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피해자에 대한 살인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법의학 전문가들의 재감정 보고서를 바탕으로 살인죄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리는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의 방청권 추첨에는 813명이 응모해 51명이 당첨됐다. 약 16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대전의 한 유치원 교사인 박모 씨(25·여)는 “지방에 있지만 이 재판은 꼭 참석해서 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에는 ‘양부모를 엄벌해 달라’는 민원과 진정서들이 밀려들고 있다.

조응형 yesbro@donga.com·박종민 기자
#정인이#사망#살인죄#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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