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악몽된 ‘코호트 격리’…확진·미감염자 섞여 ‘코로나 배양소’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29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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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의 모습. 2020.12.23/뉴스1 © News1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의 모습. 2020.12.23/뉴스1 © News1
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코호트(동일집단) 격리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9일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 A씨는 “지금처럼 요양병원들을 코호트 격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국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속출하자 방역 당국은 코호트 격리를 꺼내 들었지만, 내부 확산을 막지 못해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A씨의 병원은 지난 8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3주간 코호트 격리된 경험이 있다. A씨는 “우리 병원은 결국 환자 2명이 나와도 난리였는데 지금 150명 걸린 곳은 정말 난리도 아닐 것”이라며 “코호트 격리됐다고 하는 순간 직원이나 주변 보호자들이 다 ‘나도 걸린 거 같다’ ‘죽는 것 아니냐’는 혼란 상태가 시작되고 전쟁통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호트 격리는 외부감염을 막는다는 취지지만 (격리된) 그 안에서 확산되는 게 문제”라며 “지금 병에 걸린 사람도 있지만 병에 노출 안된 사람도 섞여 있는 상황인데 그 안에서 n차 감염이 확산되니 환자들이 속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코로나19를 치료할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요양병원의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요양병원이 원래 법으로 감염병 환자들을 볼 수 없는 곳이었다”며 “요즘에는 손으로 옮는 접촉전염병은 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결핵, 메르스 같이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감염병은 볼 수도 없고 치료할 시설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양병원 특성상 환자들을 격리할 1인실이나, 중증환자를 치료할 인공호흡기도 일반병원과 비교해 턱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요양병원 환자들은 흔히 중풍와상환자들, 대소변을 가리는 것부터 식사까지 도움을 받아야 하는 고령층이 대부분”이라며 “치료에 간병서비스까지 24시간 필요한 사람들이라 중증도 이런 중증이 없어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몇 달 전부터 환자들 입소할 때 반드시 코로나 검사하고 있고, 면회도 안 되고, 직원들도 매주 1번씩 코로나 전수검사를 해왔다”며 “이렇게 1년 내내 고생했는데 사태가 커지게 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A씨는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중증환자뿐 아니라 경증·밀접접촉환자들까지 1인실이 있는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음압병상이면 좋겠지만 그게 없다면 환자들을 분리할 수 있게 1인실이 있는 곳으로라도 빼야 한다”며 “동부구치소에 있던 사람들을 청송교도소 1인실 독방으로 보내는 것처럼 내보내야지 당장 코호트 격리부터 하면 다 죽으라는 거 아니냐”라고 밝혔다.

무조건적인 환자이송이 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요양병원 확산) 규모가 작을 때는 기존의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분산시키는 게 기본방향이지만, 지금처럼 요양병원 집단발생이 지속 확대되는 과정에서는 전담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양병원 환자들은 치료 인력 외에도 낙상, 식사 등 돌봄 관리에 훨씬 더 많은 보조인력이 필요한데, 150명씩 되는 환자들을 모두 코로나19 전담병원들에 보내면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은 상급종합으로 후송하고, 상대적으로 경증인 환자들은 요양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감염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인력을 투입하거나 직접 관리하며 코호트 격리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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