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면서 일할 때보다 의사소통에 한계… 보고 횟수 더 늘어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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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비대면 업무’… 직원들 고충은
“지시와 다른 엉뚱한 보고 올라와… 수시로 업무 진행 체크하게 돼”
“어깨너머로 배운다는 건 불가능… 조직에 대한 소속감도 옅어져”

“유연근무제를 시행한 뒤 가장 선호하는 업무 공간은 어디십니까?”

국내 4대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A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업무시간 및 장소를 각자의 선택에 맡기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한 뒤 조직원에게 이같이 물었다. 집 혹은 공유오피스라는 답변이 가장 많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상당수 조직원이 “사무실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유는 다양했다. “사내 여러 조직과 수시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온라인 채널은 불편함이 크다” “집 안에서 업무를 할 만한 공간이 마땅찮다” “메신저 및 화상대화는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다” 등 사내 조직원들은 다양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재택 및 원격근무, 유연근무제 등 업무 환경을 바꾸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00여 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업무방식 변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시행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34.3%로 코로나19 이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코로나19 이전 원격근무 시행 기업은 대기업 9.7%, 중견기업 8.2%, 중소기업 6.7%에 그쳤지만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시행 기업은 대기업 45.8%, 중견기업 30.6%, 중소기업 21.8%로 기업 규모에 따라 최대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 같은 근무 형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업무 방식에 적응해온 조직원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A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지금은 ‘시행착오’ 단계다”라며 “업무가 잘 돌아간다고도, 반대로 잘 안 돌아간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해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하는 팀에서 근무하는 부장급 김모 씨(45)는 재택근무 시행 후 “팀원들에게 더 많은 보고를 요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전화 혹은 화상회의로 대화한 뒤 2∼3주 후 결과물을 보면 보고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방향성이 다른 보고가 올라오기 일쑤였던 탓이다. 김 씨는 “프로젝트성 업무는 리더가 구성원의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데 요즘은 지시를 내릴 때마다 조직원들이 잘 이해를 한 건가 미심쩍다”며 “그렇다 보니 중간 과정을 체크하고 싶어 불필요한 보고를 더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원, 대리급 등이 느끼는 고충도 많다. 업무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다 보니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데다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업무 능력을 증명할 기회가 적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올해 직장 생활 2년 차인 박모 씨(29)는 “요즘은 ‘어깨너머로 배운다’는 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직장 선배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수시로 조언도 구해가며 일할 수 있었던 때가 더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리급 직원 김모 씨(28)도 “마우스나 키보드를 움직이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내 메신저에 ‘부재중’ 표시로 바뀐다”며 “사무실 안에서 미팅을 하거나 보고서를 보고 있다면 걱정이 없는데 집 안에서는 오해가 생길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정보기술(IT)의 발달과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를 고려할 때 비대면 업무 방식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기업마다 처한 환경이 다른 만큼 업종 특성과 현재 업무 방식의 효율성, 인프라 구축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비대면 업무 방식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위드 코로나 워크#비대면 근무#재택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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