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추천’ 석동현 사퇴 “공수처 검사들, 코드 변호사로 채워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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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8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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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야당 추천 후보인 석동현 변호사(60·사법연수원15기)는 8일 여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있어 야당의 거부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 중인 것을 비판하며 사퇴를 선언했다.

서울 동부지검장을 지낸 석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부로 공수처장 후보를 사퇴한다”고 알렸다.

그는 “때가 된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하도록 ‘고(GO)’를 불렀으니 공수처장 후보들은 용도가 끝났다고 보여지므로 이 시점에서 저는 괴물기관 공수처의 처장 후보를 사퇴하고자 한다”고 후보직을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애당초 야당 측 추천위원의 추천을 받은 제가 처장이 될 수 있겠느냐”며 “저 같은 사람을 처장 앉히려고 정권과 여당이 공수처를 만든 것이 아님을 제가 왜 모르겠느냐”고 여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작년 이맘때 민주당이 공수처법 일방 통과시킬 때, 공수처를 정치중립적 기관으로 운영하겠다는 상징으로, 야당 교섭단체에 공수처장 추천 거부권(비토권)을 주었다고 번지르르하게 포장했지만, 그것은 구실이고 허울일 뿐 전혀 진의가 아니었던 것은 국민 여러분도 이제 다 아시게 됐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수락했던 이유에 대해선 “어차피 정권과 여당이 공수처 출범을 밀어붙인다고 볼 때, 저나 다른 후보들 중 누군가 공수처장이 된다면 그런 공수처의 본질과 모순을 한 번 더 고민이라도 하면서 괴물적 요소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된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와 위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도읍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와 위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수처를 ‘괴물’로 비유한 이유에 대해선 “(공수처의) 괴력 때문”이라며 “검찰을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진 무소불위 권력기관이라고 비난하고, ‘개혁’을 한다면서 공수처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공수처가 그 수사권과 기소권을 채찍으로 사용할 주 대상은 정권의 마음에 안 드는 고위공직자(주로 검사와 판사들)일 것”이라며 “채찍을 들 공수처 검사들은 정착된 검찰에서 훈련과 경험을 쌓은 검사들이 아니고 지식보다는 이념에 충만된 코드 변호사들로 대부분 채워질 것이다. 그들을 누가 견제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또 그는 ‘“법적 성격의 기이함”을 지적하며 “공수처는 헌법기관에 해당하는 대통령부터 3부 요인, 대법관, 각부 장관, 국회의원, 시도지사, 판사, 검사 등 3급 이상 모든 고위공직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퇴직한 사람들까지 수사를 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선 그들의 신상정보며 출입국 기록과 교통 딱지 받은 것까지 다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공수처라는 기관이나 공수처장은 헌법에 한 글자도 안 나오는, 헌법적 근거도 없고 정부조직법의 설치 원리에도 맞지 않는 기관”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현 정권의 장관 기타 고위직, 여당 의원과 정치인들, 여당 소속 시도지사들 입장에선 1차적으로 현직인 자기들이 공수처의 수사대상, 정보감시 대상이 될 것이므로 당연히 겁도 좀 나고 껄끄럽고 부담스러워 해야 자연스럽다”며 “그런데도 왜 여당은 자신들을 촘촘히 감시할 슈퍼 조직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자고 이 난리일까. 단지 전직 검찰총장 한 사람 잡아들이자고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라고 비꼬았다.

앞서 이날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단독으로 개최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있어 야당의 거부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수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은 9일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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