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이르면 내주 사용승인 신청…안전성·지속성 아직 미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0일 2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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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록 중간 분석이지만 마지막 임상단계인 3상에서 90%가 넘는 효과가 나온 것으로 발표되자 ‘게임 체인저’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화이자는 이르면 다음 주 추가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연내 생산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백신의 안전성 및 효력 지속성 확보, 까다로운 유통망 구축 등 본격 생산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 각국 환영 속 신중론도 대두
9일(현지 시간) 화이자의 발표가 있은 뒤 미국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결과가 정말 좋다. 매우 이례적”이라며 “올해가 끝나기 전 미국인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우리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고무적인 백신 뉴스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우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10일 “화이자 등 세계적 기업들이 임상 3상에 들어가면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건 고무적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을 기대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이어지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9일(현지 시간) “중요한 장애물을 하나 넘었을 뿐”이라며 “여전히 여러 난관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푸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염병 전문가 피터 호비 옥스퍼드대 교수는 “백신 개발 소식은 웃음이 귀까지 걸리게 하지만, 우선 자세한 내용을 보고 최종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백신이 우리들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중대본도 “한두 달 내 백신을 접종할 수 있거나 코로나 상황이 끝나는 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거리두기 등 기존 방역체계를 유지하면서 백신 접종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 방역당국의 의견이다.

● 안전성·지속성은 아직 미지수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mRNA)이다. 안전성 등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mRNA 백신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전례가 없다”며 “효능이나 안전성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중간 분석 결과가 두 번째 접종 후 1주일이 지난 시점에 조사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항체의 지속기간이 충분한 지 판단하기에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통상 50% 이상의 예방효과가 최소 6개월 지속돼야 유용한 백신으로 본다. 미 FDA는 마지막 접종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의 효력을 기준으로 긴급승인 허가를 내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 백신의 2차 접종 후 2개월이 지난 이달 셋째 주에야 어느 정도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중증환자와 고령자·기저질환자 등 면역 취약계층에 대한 임상시험 데이터가 빠진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된 뒤에는 대량생산과 유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영하 75도에서 6개월, 영상 2~8도에서 5일까지 품질이 유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액체질소가 담긴 특수용기에 해당 백신을 담아 유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화이자가 고안한 특수용기를 쓰면 유통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빠른 시일 안에 대량접종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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