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축전염병 퇴치에 국민적 관심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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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성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조호성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지난달 12일 벨기에 정부는 야생 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상황 종료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통보했다. 2018년 9월 최초 발생 이후 2년 만이다. 우리에게는 부러운 소식이다. 벨기에의 야생 멧돼지 통제 전략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발생지역이 산악지대라는 특수성이 있어 확산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돼지의 발병 상황은 조금 다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방역 당국의 강력한 방역 조치로 지난해 10월 9일을 마지막으로 발생이 없었는데, 최근 1년 만에 다시 강원도 화천 양돈장에서 발생했다. ASF 양성 멧돼지 밀도가 높은 상황에서 집돼지 재발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정부는 경기·강원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 내 돼지와 분뇨, 차량의 이동을 통제했다. 매일 도로와 농장 주변을 집중소독 하는 등 방역 조치도 취해왔다. 문제는 이런 강도 높은 조치로 인해 농장과 정부 모두 힘든 상태라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멧돼지의 이동 차단과 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농장 차단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현재까지 집돼지 ASF 전파에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 가운데 감염 멧돼지의 증가와 이들 멧돼지로 인한 양돈장 주변 환경오염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감염 멧돼지가 증가하면 집돼지에서의 발생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헝가리에서는 야생 멧돼지의 발생이 많은데도 집돼지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적극적인 멧돼지 폐사체 제거와 포획을 통해 올 1월에서 10월까지 5000건 이상의 양성 멧돼지를 찾아내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반면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지속적으로 멧돼지에서 감염 개체가 확인된 후 확산되는 과정에서 농장에서도 ASF가 발생했다. 이를 통해 집돼지 ASF 발생은 양돈장 자체의 차단방역 노력에다 외부 위험 요인인 감염 멧돼지를 적극 제거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우리도 멧돼지 폐사체를 찾고 멧돼지의 개체수를 줄이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약 1053km에 달하는 멧돼지 차단 울타리를 설치하고, 포획 장비 설치 등 멧돼지 제거를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강원도는 발생지역 이남에 광역수렵장을 설치해 멧돼지의 개체수를 줄이는 대책을 내놓았다. 앞으로도 이런 적극적인 포획 활동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ASF가 종식되기를 기대해본다.

농장에서도 엄중한 경각심을 갖고 사람과 차량의 농장 내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가축과의 접촉도 자제해야 한다. 야산, 하천 등은 방문하지 말고, 손 씻기와 장화 갈아 신기 등 기본 방역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한편 최근 야생 조류에서 확인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 소식이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다만 이는 정부가 지난해보다 한 달 앞서 9월부터 실시한 철새 도래지 AI 집중예찰의 결과이다. 즉 예찰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좋은 신호다.

앞으로 또 다른 가축전염병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농장 스스로가 차단방역의 주체로서 노력하고, 방역 당국의 지원과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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