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지역 대학의 가치창출과 지도자의 안목에 달려있다

전호환 부산대 교수 (전 부산대 총장,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 입력 2020-09-17 03:00수정 2020-09-1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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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 교수의 新국부론]<3>
일자리는 ‘생계 수단으로서의 직업’이란 의미를 넘어 국가경제, 가정경제, 저출산, 양극화, 지방분권, 국민행복지수, 지역사회의 미래, 청년들의 희망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일자리 경제에 모두가 목매는 이유다.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차기 시장의 과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을 묻는 질문에 ‘일자리 창출 등 부산경제 혁신’이 60.8%로 압도적 1위(국제신문 8월 31일자)에 올랐다. 당연한 결과다. 코로나19는 청년층에 특히 가혹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20대 취업자는 전년보다 13만4000명 감소했다. 고용률은 55.7%.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5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다. 한국의 산업과 경제를 이끌어 왔던 제조업의 중심지인 동남권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이 지역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한국판 러스트 벨트’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 러스트 벨트, 부활의 중심에 지역 대학


미국 오대호 지역의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등 산업도시들은 1970년대까지 미국 자동차와 선철(旋鐵) 생산량의 70%가량을 차지하면서 지난 100년간 미국 산업의 심장부였다. 그러나 높은 인건비와 제조단가 등으로 일본 한국 등 후발 추격 국가에 밀리면서 공장은 문을 닫고 공장 설비들은 녹이 슬었다. 이 지역이 ‘녹슨 지대’ 즉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불린 이유다. 2000년대부터 지역 내 셰일가스의 발굴과 리쇼어링이라는 미국 경제정책에 힘입어 러스트 벨트의 많은 도시들은 활기를 되찾으면서 햇살이 비치는 지역인 ‘선 벨트(sun belt)’로 부활했다. 여기에는 이 지역 도시에 자리 잡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들의 역할이 컸다. 미시간주립대, 아이오와주립대, 퍼듀대, 위스콘신주립대, 카네기멜런대와 피츠버그대 등이다. 오대호 지역의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주정부와 시정부는 이들 대학과 손을 잡았다. “정보산업과 전통 제조업의 결합으로 산업 경쟁력의 증진과 서비스산업의 발전 등이 그 요인이지만, 도시 재생의 핵심은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의 가치 창출이었다”고 분석한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의 견해는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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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했던 피츠버그, 시장의 리더십으로 첨단기술도시로 재생


톰 머피 전 피츠버그 시장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도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 유치가 아닌 젊은 세대가 사랑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쇠락한 도시도 부활할 수 있다.” 머피는 1994∼2005년 3차례 시장을 역임하면서 오염되고 쇠락한 피츠버그를 첨단 정보기술(IT) 도시이자 미국 내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부활시킨 도시재생 전문가다. 그는 청년이 돌아오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카네기멜런 등 지역대학들과 손잡고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학생이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머피 전 시장은 “시장이 됐을 때 피츠버그는 참담했다.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쏟았더니 많은 일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오면서 지역 상권도 발달하는 등 도시에 활기가 퍼졌다”고 말했다. 젊은이와 대학의 가치 창출이 도시재생의 핵심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판 동남권 러스트 벨트’, 지역 대학을 살리고 젊은이를 불러들여라


포항 울산 부산 창원 거제 등 대한민국 대표 공업도시를 잇는 동남임해공업벨트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중화학공업 중심 제조업의 눈부신 발전을 견인했다. 그러나 철강,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이 지역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부·울·경 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4∼6월 전국 광공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어드는 사이 부산은 10.5%, 울산은 13.6%, 경남은 15.1%가 감소했다.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일자리가 없으니 인구 유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8년 부·울·경 지역의 인구 순유출은 5만5000여 명이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도권 진학으로 떠난 젊은이들을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동남권에는 괜찮은 대학들이 있다. 거점국립대인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는 이 지역 세계 1등 기업들에 우수한 인재들을 공급해 왔다. 포스텍은 세계 대학 평가에서 한때 서울대를 제친 적이 있다. 2007년 설립된 UNIST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2020 THE 세계대학랭킹에서 3년 연속 피인용도 국내 1위, 세계 7위를 차지했다. 논문 인용횟수 기준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UNIST의 교수 3명이 포함됐다. UNIST는 가장 성공한 정부 창업 프로젝트다. 이 밖에 울산대, 영남대, 동아대, 한국해양대, 창원대, 경남대 등 전통 우수 대학들이 있다.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 위기상황에서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 설계’를 담은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튼튼한 고용 안전망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개의 축을 담았다. 2025년까지 총 160조 원(국비 114조1000억 원)을 투입해 총 190만1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다. 교육 투자는 초중고 디지털 기반 교육인프라 조성과 전국대학·직업훈련기관 온라인 교육 강화 비용 1조3000억 원(국비 8000억 원)으로 전체 비용의 0.8%에 불과하다.

이러한 투자는 미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있다. 피츠버그는 물론 한때 번성했던 도시 스웨덴의 말뫼, 스페인의 빌바오, 미국의 사우스밴드 등은 모두 대학의 역량 강화를 통한 창업 위주 도시재생으로 부활했다. 이들 도시는 ‘실리콘밸리’와 다르게 갔다. 세계 1등 기업의 축적된 자산이 몰려있는 동남권이 ‘러스트 벨트’ 가 되느냐, ‘부활’로 나아가느냐의 선택은 지도자의 안목에 달렸다. 대변동의 시대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역사를 만들어 갔다.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
#에듀플러스#교육#전호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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