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유튜브 입시정보,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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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6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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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뉴스1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언택트 시대기 대학입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입시설명회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설명회로 진행됐고, 텍스트 기반이었던 입시정보가 동영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동영상 플랫폼 중 유튜브는 국내 점유율 90%가 넘는 파괴력과 비대면이란 수요가 맞아떨어져 폭발적으로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수시모집 원서접수 전략을 위해 방대한 유튜브 입시 관련 자료를 중 주의해야할 점들을 소개한다.

◇합격자는 평가자가 아니다

대학 재학생들이 제작한 ‘OO대학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부 공개’란 콘텐츠가 조회수가 높은 편이다. 조회수 10만이 넘는 콘텐츠도 있다. 학생·학부모들은 학생부종합전형 특성상 합격사례 중심의 콘텐츠를 선호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류의 콘텐츠가 갖고 있는 큰 맹점이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지원·합격자가 서류평가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유튜브 콘텐츠에서 대학생들이 최상위권 대학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분석하면서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서 아래의 표현이 좋다고 평하였다.

-해설서를 참고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
-OO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관련 주제를 심화학습함
-OO을 감상하고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 봄

평가 근거 없는 특기사항이 서류 평가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OO을 감상하고 시대적 배경이 궁금해 자료를 찾아 수업시간에 OO형식으로 발표함‘이 지원자의 특성을 알 수 있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아닐까.

-OO에 많은 관심과 인식하려는 노력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함

이 문장에 대해 응시를 한 것만으로도 중요하다고 평가했으나 이는 학생부 기재사항 위반이다. ’교외 인증시험 참여 사실이나 그 성적‘은 사교육 유발 요인이 큰 사항으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을 포함해 학생부의 어떠한 항목에도 기재할 수 없다’고 학생부 기재요령에 나타나 있다. 입학사정관이 이걸 몰랐을까. 쓸 수 없는 내용을 평가에 반영할까. 저 표현은 잘못된, 왜곡된 정보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수상실적이 많아야?

상위권 대학 재학생 중심으로 제작된 유튜브 콘텐츠에서는 수상실적이 30개 이상 되는 경우가 흔하기도 해 다음과 같은 표현들이 유튜브에 담기는 경우가 많다.

-국어, 영어, 수학 관련 및 지원 희망 학과와 관련된 과목 관련 상이 중요하다.
-수상 관련 대회는 다 나가서 적극성을 보여라.
-학업에 관련된 수상이 제일 중요하다.

학생·학부모들이 이런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상실적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 고3의 경우 수상실적이 별로 없어서 희망 대학 지원을 주저하거나 고1·2는 수상실적에 열을 올려보겠다고 다짐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은 수상실적 많다거나 지원하려는 전공 관련 수상실적이 많다고 해서 지원자의 지적수준이 높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컴퓨터공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수학 관련 수상실적 없이 점자입력 봉사로 상을 받았을 경우 점자입력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진로 희망을 표현할 수 있다.

또 물리학과 지원자의 경우 학교의 상황 때문에 대회가 많이 열리지 않아 물리 관련 수상실적이 적었지만 물리 관련 내신성적이 매우 우수하고 수업시간에 발표 등 적극성을 보였다면 입학사정관이 지원자의 전공에 대한 관심과 활동 등을 평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경시대회 수상경력이 있으면 유리하다.

이렇게 말하는 유튜브 콘텐츠에서는 내신이 낮은 과목을 경시대회로 만회하라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내신이 낮은데 수상경력이 있고 반복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면 입학사정관에게 사교육을 하는지 의심받을 수 있다.

서류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수상한 대회의 수준이나,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떤 주제였는지 알 수 없다. 또한 학생부의 다른 항목에도 설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는 데 매우 제한적이다.

수상실적은 ‘학교 행사에 참석했다’가 입학사정관이 파악할 수 있는 팩트이다. 수상실적이 없다고 학생부종합전형에 불리하다는 생각은 금물. 2022학년도 대입부터는 6개 학기당 1개만 들어가니 수상실적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독서는 어려운 책, 토론대회를 통해 언어능력을?

독서활동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면 Δ몇 권을 읽으면 좋은가? Δ다양한 분야의 책인가? 전공에 맞는 책인가? Δ어떤 책이 유리한가? 등 다양한 주제로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1년 독서량은 12.5권이다. 평균적인 학생이라면 학생부에 기록되는 책은 30권 내외. 이 이상의 책이 많이 기재돼 있다면 입학사정관들은 독서를 좋아하는 지원자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발췌독을 많이 했을 것이란 평가도 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독서량이 적정한가라는 물음에 정답은 없다.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여유가 있을 때 꾸준히 읽어두길 바란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둥 다양하게 읽어야 한다는 둥 여러 의견이 있다. 읽으면 좋지만 읽지 않는다고 해 입학사정관들에게 낮은 평가를 받을 이유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깊이 있는 책을 스스로 도전해서 읽는 학생들을 좋아한다’, ‘유명하고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을수록 유리하다’는 유튜브 콘텐츠가 많다. 이 때문에 본인의 역량보다 높은 수준의 책을 강제로 읽어 독서활동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등등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독서량이 많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 관심, 활동, 고민·생각 등이 자기주도적으로 드러나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서의 압박에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학생 본인이 흥미 있어하고 좋아하는 분야의 책 중심으로 독서활동을 하면 된다.

-교내 토론 대회를 통해 언어 사용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라

이런 콘텐츠도 있다. 이 때문인지 토론대회를 자기소개서 1번의 소재로 삼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토론대회에 참가해 화려한 언변으로 입상을 했다고 해도 입학사정관들은 그것보다는 주요쟁점이 무엇이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근거를 어떻게 마련했는가를 관심 있게 살펴본다. 토론대회를 자기소개서에서 소재로 사용할 경우 상을 탔다라는 것보다는 준비과정과 토론대회 중 느꼈던 본인의 생각들을 잘 정리하면 좋을 것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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