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체계 흔드는 거짓진술…‘깜깜이 환자’에 의한 집단 감염도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2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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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확산 중인 27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버스 운수업체 차고지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운행을 마치고 들어오는 버스를 소독하고 있다. 해당 운수업체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하는 A씨는 성림침례교회 성가대로 활동 중이며 지난 16일과 23일 예배에 참석했다. A씨는 예배 참석 후 계속 버스를 몰았으며, 25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26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2020.8.27/뉴스1 © News1
광주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확산 중인 27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버스 운수업체 차고지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운행을 마치고 들어오는 버스를 소독하고 있다. 해당 운수업체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하는 A씨는 성림침례교회 성가대로 활동 중이며 지난 16일과 23일 예배에 참석했다. A씨는 예배 참석 후 계속 버스를 몰았으며, 25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26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2020.8.27/뉴스1 © News1
광주에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전파한 60대 여성이 역학 조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시는 이 여성을 고발하고 구상권도 청구할 예정이다.

27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북구 성림침례교회 60대 여성 교인 A 씨는 15일 새벽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이틀 뒤인 17일부터 발열 등 감기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24일 오전이 돼서야 검체 검사를 받으러 갔고 그날 오후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광화문 집회를 다녀온 뒤 16일 오전과 오후, 19일 모두 세차례 이 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A 씨는 광화문 집회 참석 후 교회 예배를 다녀온 사실을 일부러 숨겼다. 또 친구를 교회에서 만났지만 이를 감췄고 ‘교회는 다니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주변 지인들의 제보로 이 교회 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행정명령을 통해 광화문 집회 참석자에게 검체 검사를 받도록 했지만 이것도 증상이 나타난 한참 뒤에서야 검사를 했다. 사실상 방역 체계를 흔들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은 동선 파악에 차질을 빚었고 밀접 접촉자에 대한 검체 검사도 늦어지면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교회 교인 중 A 씨를 제외한 확진자 31명 중 광화문집회에 참석한 사람은 A 씨가 유일하다.

17일 확진된 광주 일가족 3명도 15일 광화문집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 조사에서는 “전남 영광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거짓 진술을 했고, 보건당국이 휴대폰위치추적장치(GPS) 추적 등 역학조사를 통해 이 여성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강사인 20대 딸이 가르치던 제자와 학부모도 다음날 확진됐다.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깜깜이 환자’에 의한 집단 감염도 속출하고 있다.

동광주탁구클럽에서는 1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24일 확진된 최초 확진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고 정확한 감염 경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22일 매일 오후 4시간 씩 탁구를 쳤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아 추가 감염자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방역당국은 이 남성의 아내 등 밀접 접촉자를 파악 중이다.

이 탁구클럽 회원인 전남대 교수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교수 중 한 명은 전남외고에서 24일 오후 3시간 동안 강의를 해 학생과 교사 등 30여 명이 검사를 받고 있다. 탁구클럽에 다니는 금남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지구대를 폐쇄됐다. 이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48명이 진단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지구대 치안 업무는 인접 지역에 있는 파출소로 분산된다.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청소용역 직원인 60대 여성과 가족 1명, 동료 2명 등 4명도 확진됐다. 이 여성은 아직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 확인되지 않은 ‘깜깜이 환자’다.

인천 서구에서는 30대 여성 등 4명은 주님의 교회 관련 감염자로 분류됐다. 연수구 60대 남성 등 3명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남동구 열매 맺는 교회, 서울 광화문 집회 참가자 접촉자도 확진됐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 관련 확진자는 6명으로 늘었다. 이 병원 간호사의 지인, 가족 등 5명도 추가 확진됐지만 병원 내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병원 환자와 의료진 등 125명에 대해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전국적으로 탁구장, 체육시설 등 각종 소규모 모임 집단 감염이 잇따르자 광주시, 부산 기장군 등 자치단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실상 3단계로 격상했다.

광주시는 27일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비대면 온라인 종교활동만 허용하고 모든 모임과 활동을 금지했다. 집단체육활동과 실내집단운동도 할 수 없다.

부산 기장군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로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무상 배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장군은 마스크 230만 장과 손 소독제 10만병을 확보해 다음달 지급할 예정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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