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마스크’로 운동하다 집단감염…수도권發 ‘n차 감염’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5일 2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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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이후 하루 200~300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이 ‘n차 감염’을 통해 지역사회의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서울의 한 방문판매업체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은 전남 순천의 헬스클럽 등으로 번지며 또 다른 집단감염을 낳았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머문 한 20대 남성은 17일 동안 잠적한 채 부산 경남을 돌아다녀 지역 감염 가능성을 키웠으며, 제주에선 경기 용인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에 들른 목사 부부가 확진됐다.

● 마스크 없이 운동하다 집단감염

순천시에 따르면 20~25일 이 지역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모두 30명이다. 방역당국은 이들은 모두 서울 관악구에 있는 방판업체 ‘무한그룹’을 방문한 뒤 확진된 70대 여성 A 씨를 통해 감염된 ‘n차 감염’으로 추정하고 있다.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무한그룹은 25일 현재 관련 확진자가 44명이 나왔다.

A 씨는 13일 업체 설명회를 다녀온 뒤 2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잠복기인 14~16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40대 주부 B 씨와 여러 차례 접촉했다. B 씨는 순천시 덕월동에 있는 헬스클럽 ‘청암휘트니스앤스파’ 회원이다. 18일부터 사흘 동안 헬스클럽에 5차례 들러 운동했다.

이 기간 동안 B 씨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았으며, 결국 헬스클럽 회원 등 12명이 집단 감염됐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헬스클럽 내부에 있는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B 씨 외에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순천에서 발생한 나머지 확진자들도 A 씨의 아들과 친구 등 A 씨와 직간접적으로 이어졌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감염자가 실내에 잠시만 머물러도 공기 중에 가득 차고, 3시간 동안 떠다닌다. 특히 헬스클럽 등에서 거친 운동을 할수록 비말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한 공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순천시는 25일 지역 내 모든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중단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 휴대전화 끄고 잠적했다가 확진

경남 김해에선 지금까지 90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20대 남성이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했다가 경찰의 추적 끝에 17일 만에 붙잡혔다.

김해시에 따르면 이 남성은 8일 해당 교회를 방문해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경남에 통보한 방문자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김해시와 보건당국이 연락을 취한 17일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급기야 휴대전화를 끈 채 잠적하기도 했다. 결국 보건당국은 경찰에 협조를 구해 24일 자택에서 신병을 확보했다. 당일 김해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남성은 오후 10시경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잠적한 동안 여러 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역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부산에서 카페와 편의점 등에 머물렀다고 한다. 김해에서도 서부문화센터 등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김해시 관계자는 “역학 조사를 벌여 아직 분명치 않는 구석이 많은 잠적 기간의 동선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역시 수도권 발 재확산 여파로 24, 25일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에 사는 한 목사는 16일 경기 용인의 개척교회를 방문했다가 제주로 돌아가 확진됐다. 해당 교회는 지금까지 관련 확진자가 7명에 이른다. 이 목사의 부인도 2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른 확진자들도 모두 수도권에 들렀거나 거주하는 이들이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은밀한 전파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져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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