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헌신이 내 사명… ‘라이온스상’ 상금으로 의료봉사단 설립할 것”

박재명 기자 입력 2020-06-30 03:00수정 2020-06-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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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여 가천대 총장 ‘인도주의상’ 수상
심장병 어린이 돕는 봉사단 구상
30년 이어온 무료 개안 수술등… 국제라이온스 협회와 두번째 협업
1991년 첫 심장병 수술 시작으로 17개국 어린이 5000명에 손길
‘라이온스 인도주의상’을 수상한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수상을 기념한 인터뷰에서 “이번에 받은 상금으로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는 의료봉사단을 설립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천대 제공
《“이번에 받은 상금 전액을 출연해 세계 각국의 심장병 어린이를 치료할 의료봉사단을 설립하겠습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29일 국제라이온스협회가 주는 ‘라이온스 인도주의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라이온스협회가 뛰어난 인도적 활동을 펼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테레사 수녀(1986년 수상)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96년),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2008년) 등이 받았다. 이 총장은 이 상의 47번째 수상자가 됐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29일 서울 중구 남산제이그랜하우스에서 열린 ‘라이온스 인도주의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중구 남산제이그랜하우스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해 상과 함께 25만 달러(약 3억 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 총장은 “오늘 수상 이후 소외되고 그늘진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라이온스 인도주의상을 받은 소감이 궁금하다.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우며 뜻깊은 상이다. 개인적으로 일생을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베풀면서 살겠다고 다짐해 왔는데, 그런 생각이 공익에도 부합했기에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소외되고 그늘진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을 하라는 사명으로 받아들이겠다.”

―상금 25만 달러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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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 전액을 출연해 가천대 길병원과 국제라이온스협회 공동으로 ‘가천-국제라이온스협회 의료봉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의료봉사단은 세계 각국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와 한국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이른둥이 등 의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

이 총장은 이미 여러 기관에서 사회봉사 관련 상을 받았다. 2012년 인촌상 공공봉사부문, 2013년 효령상 사회봉사부문을 수상했다. 미국 포브스지의 ‘아시아 기부영웅 48인’에도 선정됐다. 의사로 시작해 의료재단 운영자, 대학총장 등의 이력을 거친 이 총장이 공공봉사 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사회공헌에 처음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


“나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 굶주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고교 시절에 6·25전쟁이 터졌는데 함께 공부하던 남학생들이 학도병으로 간 뒤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 전쟁에 나가지 않는 나는 우리 사회를 위해 그들의 몫까지 다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1964년 미국 유학을 가서도 당시 많은 유학생이 미국에 정착했지만 나는 4년의 유학 기간을 마치고 돌아왔다.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지금까지 살아 왔다.”

―가천대 길병원을 통한 의료 봉사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기억나는 사례가 있나?

“길병원을 통해서 1990년부터 ‘새생명 찾아주기 운동’을 했다. 사실 1983년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부부가 방한 일정을 마치고 한국 심장병 어린이 두 명을 데리고 가는 모습을 보고 개인적으로 큰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 언젠가 나도 어려운 나라의 아이들을 치료해 주겠다고 다짐했다. 1991년 24세 베트남 여성을 길병원에 데려와 무료 심장병 수술을 해 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7개국 5000명 아이들에게 수술을 해 줬다.”

이 총장이 의료봉사에 나선 계기가 된 레이건 전 대통령 방한에는 후일담이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미국으로 향한 뒤 심장병 치료를 받고 입양된 브렌트 핼버슨(41·한국명 이길우) 씨는 현재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총장은 “2012년 몽골 심장병 어린이 완치 축하 행사에서 핼버슨 씨를 만나 인연을 다시 잇게 됐다”며 “봉사는 더 큰 봉사를 낳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의료보험이 없던 시절에 보증금 없이 환자 진료를 한 일화도 유명하다.

“1960∼70년대엔 가난 때문에 병원 오기가 두려운 사람이 많았다. 먹고살기도 어려운데다 의료보험 제도가 없어서 병원비가 큰 부담이었다. 책값, 술값, 병원비는 갚지 않아도 죄가 아니라는 묘한 인식이 만연한 시절이어서 병원들이 진료할 때 관행적으로 보증금을 요구했다. 보증금이 없어 병을 견뎌야 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이 총장은 병원 안팎에 ‘보증금 없는 병원’이라고 써 붙여 놓고 입원이나 수술 때 보증금을 받지 않았다. 19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될 때까지 보증금 없는 병원 운영을 계속했다.”

―이번에 상을 받은 국제라이온스협회와 함께 활동한 적이 있는지.

“가천대 길병원과 국제라이온스협회는 1992년부터 무료 개안(開眼) 수술을 함께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빛을 선사하는 일을 해 온 것이다. 가천길재단의 설립정신인 ‘박애 봉사 애국’과 국제라이온스협회의 ‘우리는 봉사한다(We Serve)’ 정신이 맞닿아 있어 인연을 오래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우리 주변에는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 처한 분들이 많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분들에게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고 단단하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 소외되고 그늘진 이웃을 보살피고 돕는데 힘을 다하겠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길여 총장#가천대#라이온스 인도주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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