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정규직화 반대 아니다…취준생들 “과정의 공정함 원해”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29일 1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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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을 비롯한 연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6.25/뉴스1 © News1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을 비롯한 연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6.25/뉴스1 © News1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2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정한 경쟁을 믿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도전하기 전부터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연봉 3500만원’ 발언 등도 취업준비생들의 분노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확한 사실과 다른 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져 갈등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취준생 중 많은 이들은 이번 인천공항 정규직화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 졸업을 앞둔 한모씨(27)는 “원래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뽑은 건 아니었다. 무작정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정규직 공채를 다시 해서 일하는 사람 외에도 기회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닌 그 과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취업준비생인 심구현씨(26)도 “차별주의자라고 보일 수도 있지만, 소위 ‘정량적 스펙’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정부의 정책 아래 물거품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정규직 대상자들도 많은 고생이 뒤따랐겠지만, 공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한순간에 정규직이 되고, 누구는 열심히 공부해도 안 되는데 박탈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웬만한 성적으로는 서류 전형도 통과하기 어렵다”며 “이런 현실을 정치권에서 아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비정규직으로 들어가서 정규직 전환을 노리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정규직 전환 사태에 대한 취준생들의 비판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인터넷에서 홍보글을 보고 서울대 평생교육 과정에 지원해 다녔는데, 정부가 모든 국립대 평생교육원을 학사로 편입하라고 지시해서 졸지에 서울대생이 된 격”이라는 비유 섞인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이 ‘공정’이고, 다르게 노력한 사람이 같은 대우를 받는 걸 ‘평등’이라 하고, 누가 공부하라고 했느냐고 목소리 높이는 것을 ‘정의’라고 하는 게 현 세태”라고 비판했다.

다만 일부 사실과 다른 측면이 과장되면서 잘못된 인식이 분란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둔 김민성씨(30·익명)는 “뉴스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글들을 보면서 이번 논란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정부에서 취준생들의 채용 기회를 뺏는 게 아니라고 했고, 연봉이나 이런 부분도 과장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에서 거짓해명을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쌓은 경력을 전혀 무시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재섭씨(29)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스펙을 쌓는 것만큼 현장에서 노하우를 터득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정규직 전환 절차의 공정성 문제”라면서도 “결국 필요한 인력이고, 자산인데 이번 사태가 커지면서 정규직 전환 뒤에 더 큰 차별에 시달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정당한 절차를 진행해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한쪽에선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을, 다른 쪽에선 문제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데 공개토론 등을 통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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