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까지 계속된다면 회사 문 닫아야죠”…얼어붙은 전시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6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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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까지 이 사태가 계속된다면 회사 문을 닫아야죠. 뾰족한 수도 없는데 어쩌겠어요.”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의 전시분야 협력업체인 A 사 대표 임모 씨(47)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묻자 이렇게 말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전시, 이벤트 등 업체는 약 200곳에 달한다. 임 씨는 “근근이 버티는 우리보다 더 힘든 곳도 부지기수”라며 “코로나19로 일감이 확 줄어들면서 직원들을 내보내고 사장 혼자 일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는 대규모 전시회나 박람회를 치를 수 있는 대형 전시시설이 총 16곳이 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처럼 전국 주요 도시에 세워져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큰 편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1~6월) 코로나19 사태로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행사는 사실상 거의 모두 취소되면서 전시산업 역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직원 10명 이하 영세업체 대다수

1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6월 국내 16곳 전시시설에서 개최가 예정됐던 전시회 218건 중 50건이 취소됐고 113건이 연기됐다. 예정 행사의 74.8%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한 셈이다. 집계되지 않은 소규모 회의나 콘퍼런스까지 더하면 수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산업은 유독 여러 업체들의 협업 구조가 두드러지는 편이다. 단 3, 4일 열리는 전시회 하나에 적게는 20~30개 업체, 많게는 50~60개 업체가 참여한다. 서울 코엑스나 경기 킨텍스 같은 전시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사업자부터 행사를 기획·홍보·운영하는 주최사업자, 전시회 부스와 현수막 등을 설치하는 디자인사업자, 각종 장비를 빌려주고 서비스 인력을 공급하는 서비스사업자까지 4개 분야의 긴밀한 협업으로 하나의 행사가 비로소 빛을 보는 식이다.

문제는 시설사업자를 제외한 업체 대다수가 연 매출액 10억 원, 종사자 10명 이하의 영세업체라는 점이다. 잇따른 행사 취소에 따른 피해도 더욱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시산업계의 올 상반기 피해액이 약 3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연평균 약 1500건의 전시회와 행사, 회의 등이 열린다. 상반기에만 약 600건이 개최되는데 올해는 전시 10건과 회의 212건 등 222건이 열리는데 그쳤다. 센터 관계자는 “매출이 사실상 ‘반토막’났다. 지금 같은 분위기로는 협력업체들도 1, 2개월을 버티기 힘든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부산 벡스코는 1~5월 전시장 가동률이 28%로 전년(66%) 대비 57%나 줄었다. 같은 기간 임대비 등이 포함된 전시장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73% 감소했다. 2018년 394억 원, 2019년 402억 원이던 연 매출액도 올해는 245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벡스코 관계자는 “3월과 4월의 한 달 매출액은 1억 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 행사 일단 연기했으나 결국 취소

경기지역 전시산업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의 경우 2월 23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수준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4월까지 모든 대관을 멈췄다.

3월말 개최예정이었던 국제공작기계 전시회 ‘심토스(SIMTOS) 2020’은 10월로 연기됐다. 이 전시회는 킨텍스 10개 전시홀(약 10만 ㎡)을 통째로 쓰는, 국내에서 열리는 단일 전시회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35개국 1220개 기업이 참여해 90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됐지만, 상반기에는 이를 누릴 수 없게 됐다.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의 박재현 전시운영팀장은 “해외기업에서도 상당수의 바이어가 참여하는 행사라서 일단 7월에 다시 개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도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된다면 전시회가 취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해양레저산업 전시회인 ‘2020 경기국제보트쇼’도 3월에 한 차례 미뤄진 데 이어 이달 5~7일에 개최하려다 결국 취소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에 더욱 집중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수원컨벤션센터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 등 주요 행사와 국제회의, 학술대회가 수차례 연기 또는 규모를 대폭 줄여 개최되면서 상반기 전시장 가동률은 0.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코로나19 리스크에 회복 예측 어려워”

몇몇 시설은 5월 이후 일부 행사를 여는 등 전시장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벡스코에서는 이달 12~14일 ‘제4회 부산 건축박람회’ ‘2020 부산 가구엑스포’ 등이 열렸다. 킨텍스도 ‘2020 금속산업대전’ ‘메가쇼 2020 시즌1’ 등이 예정돼있다. 수원컨벤션센터는 100명 이하의 소규모 기업회의나 공공기관 회의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한 회복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컨벤션센터 관계자는 “하반기에 행사를 집중 개최해 올해 전시장 가동률을 약 34%로 끌어올리려 하나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따라 이 마저도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수원·고양=이경진기자 lkj@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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