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바꾼 ‘강진군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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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급감 화훼농가에 손길 내밀어
중간단계 없앤 온라인 직거래 추진
농가부담 덜기 위해 택배비도 지원
수국 등 주문 몰리면서 판매 대박

전남 강진군은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온라인 직거래 행사를 열어 4억3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은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온라인 직거래 행사를 열어 4억3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강진군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련을 겪었지만 희망도 보았습니다.”

전남 강진군에서 수국과 작약을 재배하는 김양석 씨(58)는 요즘 밀려드는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17개 농가가 참여하는 그린화훼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김 씨는 “2개월 전만 해도 꽃이 팔리지 않아 절망했는데 온라인 직거래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서 농가들마다 웃음꽃이 피었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국내 최대 수국 생산지다. 수국 재배면적은 4.9ha로 여기서 생산되는 수국은 전국의 32.6%, 전남의 61.2%를 차지한다. 수국 수출량은 국내에서 독보적이다. 국내 총 수출 물량 56만3000송이 중 강진군의 수출 물량은 51만6000송이다. 일본 수출 물량의 92%가 강진에서 나오고 있다.

강진군 화훼농가들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3월부터 화훼 소비가 급감하면서 꽃값이 폭락했다. 지난해에는 수국 한 송이가 6000∼8000원에 낙찰됐지만 올해는 송이당 2000∼3000원으로 떨어졌다. 공판장에 출하해도 번번이 유찰됐다. 재경매를 위한 인력과 유통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유찰된 꽃은 폐기 처분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수출 길도 끊기면서 농가들의 시름은 깊어갔다.

어려움에 처한 화훼농가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은 강진군이었다. 강진군은 농가와 협의해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앤 온라인 직거래 판매를 추진했다. 수국은 평년 소비자 가격(한 송이 1만 원)에서 70% 할인한 3000원에 판매하고 장미 20송이 한 다발은 1만5000원에 팔기로 했다. 친환경농업과 원예특작팀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거래를 홍보하고 블로그와 이메일, 전화로 주문을 받았다. 농가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택배비도 지원했다. 수국의 경우 2송이 이상 배송하면 5000원을 농가에 지급했다. 50여 개 유관기관과 ‘1 테이블 1 플라워 운동’을 전개하고 정부부처 장차관 48명과 전남 21개 자치단체장에게 수국을 보내는 등 소비 촉진 운동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 4차례 진행된 온라인 직거래 판매는 대박을 터뜨렸다. 5월 20일 현재 화훼농가들이 수국, 장미, 스타티스, 작약 등 22만9156송이를 판매해 4억3698만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수국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판매 기간에 인터넷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등 전국에서 주문이 몰렸다. 김경국 강진군 원예특작팀장은 “인터넷에 ‘수국고시(고시보다 수국꽃을 받아보기 힘들다)’라는 댓글까지 달릴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승옥 강진군수는 “자치단체와 화훼농가가 머리를 맞대 온라인 직거래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화훼농가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의미 있는 경험과 성과였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코로나19#화훼농가#온라인 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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