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기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데…‘불확실’에 기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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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23일 14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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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도 고소득자의 경우 ‘자발적 기부’를 독려하는 방식에 당정이 합의하면서 정부 정책이 정확한 데이터에 입각한 것이 아닌 불확실한 국민의식에 기댄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총리실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된다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정부안은 소득 하위 70% 대상 지급을 놓고 고민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 전 국민 100%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며 논의가 급반전됐다.

앞서 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 1478만 가구에 대해 40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재논의가 점화됐다.

민주당은 앞서 총선 후 공약을 지켜야 한다며 전 국민 지급안을 밀어붙였지만 정부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반대에 나서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추가 국채 발행이 필요한 100% 지급안에 반대했지만 전날 정 총리가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를 포함한 100% 지급안에 힘을 실어주며, 기재부도 암묵적 동의의 뜻을 밝힌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홍 부총리가 재난지원금 논란에 대해 전날 “(지금 시점에서) 2차 추경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말을 아끼겠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정부안에 동의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논란은 실제로 자발적 기부가 얼마나 이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외환위기 시절 금 모으기 운동을 거론하며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에 IMF 때 금 모으기를 통해서 국민들께서 함께 협력하고 힘을 모았던 경험과 저력이 있다”라며 “국가 재난상황이기에 함께 이겨내자는 우리 국민의 역량과 지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는 자발적 기부에 참여할 경우 추후 연말정산에서 기부금으로 처리해 15% 세액 공제를 해주겠다고 했다. 선택에 따라 100만원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고 15만원의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개별 상황에 따라 85만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발적 기부가 가지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얼마나 참여할지 예측이 되지 않으면서 결국 전체에 지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자발적 기부에 대한 실효성의 제한은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재정부담을 줄였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을 살려 고용을 늘리는 데 돈을 써야 하지만 재정 여유가 없는 상황에 총선을 앞두고 너무 많은 돈을 풀었다”라며 “홍남기 부총리가 버티기도 했지만, 결국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액 공제의 실효성이 불분명한 상황에, 추경 편송도 되지 않은 상태에 선거를 앞두고 미리 재난지원금을 100% 주겠다고 합의한 ‘가불 공약’에 불과하다”라며 “불확실한 데이터에 기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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