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10분도 안돼 딴짓… 엄마 있어도 이런데 출근하면 어떨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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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312만명 2차 온라인 개학… 초등생 둔 워킹맘들 걱정 커져


“우리 아이가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까요?”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김모 씨(37·여)가 15일 근심스럽게 말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온라인 개학 때문이다. 얼마 전 진행된 원격수업 시범 운영을 지켜본 뒤 갈수록 걱정이 커지고 있다. 처음 몇 분간 아이는 신기한 듯 모니터를 지켜봤다. 제법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모습은 채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아이의 시선이 조금씩 좌우로 돌아가더니 곧 옆에 있던 동생과 장난을 시작했다. 수업은 뒷전이었다. 김 씨는 “엄마가 옆에 붙어 있는데도 학습 관리가 쉽지 않다”며 “정식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면 큰아이 수업 때라도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전국적으로 2차 온라인 개학이 이뤄진다. 대상은 중고교 1, 2학년과 초등 4∼6학년이다. 약 312만7000명이 새롭게 원격수업에 참가한다. 특히 초등생 대상의 원격수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부터는 초등 1∼3학년이 시작한다. 초등생 학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가 아닌 집에서, 모니터를 보며 장시간 수업에 집중하는 게 어린 학생들에게 버거운 탓이다.

‘출석 체크’부터 걱정이다. 원칙대로면 정해진 수업시간에 학생이 e학습터 등 원격수업 플랫폼에 접속해 출석을 인정받아야 한다. 아니면 온라인학급방에 글을 남기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교사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학부모 강모 씨(39·여)는 “직장에서 아이 대신 원격수업에 접속하고 퇴근 후 같이 동영상을 봐야할 것 같다”며 “실시간 접속이건, 글을 남기는 방식이건 결국 ‘엄마 숙제’”라고 말했다.

중고교에 비해 교사들의 고민도 더 많다. 주우철 인천원당초 교사는 “학생들이 e학습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자주 잊어 버리는 탓에 각 학생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리한 장부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는 지식 전달보다 ‘바른 자세’ ‘연필 잡기’ ‘학급 내 소통’ 등 기본적인 학습 태도를 배우는 수업이 많다. 12년 학교생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수업 방식이 발표나 활동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유다. 예컨대 ‘두근두근’ ‘짹짹’ 같은 의성어를 배우는 건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내용 전달에 3, 4분이면 끝난다. 중고교에 비해 등교수업의 공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 초교 교사는 “40분 수업이지만 집중도 등을 고려해 5∼7분짜리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자칫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9일 개학한 고3과 중3 약 86만 명을 포함하면 16일부터 약 400만 명이 매일 원격수업을 받는다. 접속 대란 반복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다. 지금까지 나흘간 원격수업이 진행됐는데 사흘이나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워킹맘 이모 씨(38)는 “직장에 있는데 아이가 ‘접속이 안 된다’라고 연락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접속 오류가 발생해 정상적인 원격수업이 불가능하면 교사가 책읽기 등 별도 과제를 부여할 수 있게 했다. 또 대체학습으로 일주일 내 출결 처리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하지만 15일까지도 접속 대란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접속 때 병목현상을 줄이기 위해 서버를 증축하고 기술적으로 보완했지만 개학 당일의 상황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최예나 기자
#온라인 개학#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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