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마스크 동날까 ‘아우성’…쇼핑몰선 ‘싹쓸이 범죄’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9일 05시 07분


코멘트
환자 57명과 직원 등 모두 74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결과가 나온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 입구에서 18일 오전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News1
환자 57명과 직원 등 모두 74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결과가 나온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 입구에서 18일 오전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News1
#1. 지난 17일 밤 9시10분쯤 서초구 서초동 한 대학병원 1층 로비 안. 환자와 보호자 10여명이 의자에 앉거나 서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안 쓴 이도 눈에 띄었다. 이동식 링거대를 끌던 60대 남성은 “남은 마스크는 공적 마스크 단 1개”라며 “시중에 있는 마스크 수량이 동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2.
같은 날 서울 송파경찰서는 불법으로 마스크를 사재기한 이들을 대거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 컴퓨터 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매크로)를 동원해 마스크 싹쓸이 구매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피의자 18명 명단에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생도 포함됐다. 그는 지인이 매크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대학에 있는 고성능 컴퓨터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한쪽에선 마스크 못 구할까 동동거리며 아우성을 치고 다른 한쪽에선 마스크 사재기 범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야기한 모순적인 상황이다.

전날인 18일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의 확진자 수는 8413명, 사망자는 84명까지 늘었다. 하루 증가세는 최근 들어 꺾였다고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마스크 품귀 현상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매크로 동원 마스크 싹슬이’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은 신종 범죄라는 게 일선 경찰들의 말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스크 선택부터 결제 과정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마스크 사재기에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스크 싹슬이 범죄는 매점·매석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매점·매석이란 물건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해 한꺼번에 구입해놓고 팔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 처벌 수위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라 법원에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매점·매석으로 마스크 가격을 수배 이상 높게 책정해도 질환을 앓는 이들은 구매를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저질환(만성질환)이 있다면 코로나19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에 예방 차원의 마스크 착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소아암 환자와 보호자라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생후 6개월 만에 소아암 판정을 받아 항암 치료 중인 0세 영아의 모친 이지혜씨(가명 33)는 “몇 배 이상 가격이라도 낼 수 있으니 제발 마스크를 구입하길 바란다“며 ”소아암 항암치료 중인 딸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선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불법 행위자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매점·매석 마스크의 주요 수요는 바이러스 취약 계층이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범죄 전문가들이 마스크 매점·매석을 ‘반사회적인 범죄’라고 질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는 “코로나19를 비롯한 국가적 위기 상황의 틈을 타 마스크 매점매석 같은 반사회적인 행위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를 무너뜨리는 범죄”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