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방역 범위 좁아 아쉬워요”… 사설업체 의뢰 예년의 4배이상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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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산]사설 방역업체 작업현장 가보니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학에서 사설 청소·방역업체 직원이 흰색 방역복을 입고 건물 복도에 소독액을 분사하며 방역에 나섰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학에서 사설 청소·방역업체 직원이 흰색 방역복을 입고 건물 복도에 소독액을 분사하며 방역에 나섰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0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교회 예배당.

하얀 방역복에 고글, 마스크까지 쓴 남성이 큼직한 분사기를 어깨에 메고 쉴 새 없이 뭔가를 뿌려댔다. 끊이지 않는 건 휴대전화도 마찬가지였다. 청소방역업체 ‘아담청소’의 황재권 전무는 “요즘 언제쯤 방역하러 와줄 수 있냐는 문의가 하루 수십 통씩 온다”며 “예약이 1주 이상 꽉 차 아무리 사정해도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되면서 자체적으로 사설업체를 고용해 방역에 나서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 마냥 정부만 믿다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는 궁여지책이다. 방역업계에 따르면 올해 1, 2월 의뢰 건수는 예년 대비 4배 이상 껑충 뛰었다.

아담청소 역시 요즘 기쁨과 고충이 공존한다. 일이 잘되는 건 좋은데 거절도 못 할 노릇이다. 예배당 방역을 마치고 나올 때도, 교회 집사인 김윤양 씨(63)가 “비용을 더 줄 테니 예배당 옆 건물도 해 달라”고 사정하는 통에 한참을 시달렸다. 황 전무는 “식사도 걸러 가며 하루 6, 7개 건물을 방역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A방역업체는 “3번째 확진자가 여기서 나와서 그런지 작업 의뢰가 10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시민들이 사설 방역업체를 찾는 데는 확진자의 ‘깜깜이 동선’도 한몫했다. 정부로선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었지만, 자세한 동선을 밝히지 않으니 괜한 오해와 불안이 퍼져 나갔다. 23번째 확진자였던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에도 보건 당국은 증세 발현 시점을 기준으로 2∼6일 동선만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입국한 그가 서울 중구의 숙소에 머물렀단 사실이 알려지며 일대가 혼란에 빠졌다.

동아일보가 방역업체와 동행한 이날 역시 방역 대상은 중구 소재 건물이 여러 곳이었다. 한 사무실 관계자는 “23번째 확진자 동선을 공개한 날 (사실을) 모르고 롯데백화점 직원을 만났다”며 “뉴스를 볼 때보다 불안해져서 사설 방역을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역 서비스를 누구나 원하는 건 아니다. 비용이 330m³(약 100평)당 15만∼30만 원에 이르다 보니 영세업자로선 상당히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최근 ‘자가 제조 셀프 방역’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기다. 확진자가 지나간 구역에 있지만 보건 당국의 방역 대상은 아닌 업소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정제수나 글리세린에 에탄올을 섞어 만드는 이 소독액은 비율을 잘 맞춘다면 시중에 파는 손 소독제 수준의 살균 효과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30대 남성 B 씨도 최근 약국에서 ‘에탄올’을 구입했다. 확진자 1명이 이 근처 숙소에 묵었단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소독약을 만들어 매일 가게와 집기를 소독하고 있다. A 씨는 “사설업체는 너무 비싸서 자구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같은 구 카페 사장인 김영찬 씨(50)는 “영세 사업장은 방역업체도 이용하기가 어렵다. 보건 당국이 숙소 앞만 방역하고 가서 야속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셀프 방역’을 돕기 위해 휴대용 방역소독장비 대여 서비스를 한다. 서울 동작구와 고양시는 방역 장비를 마련해 7일부터 대여해주기 시작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전채은·이소연 기자
#우한 폐렴#코로나 바이러스#사설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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