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고 ‘상주 경비원 월급 87만원’?…노동부에 물어봤습니다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1월 29일 17시 02분


코멘트

온라인 논란 팩트체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스1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스1
부산의 한 고등학교가 내건 채용 공고가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상주 경비원을 뽑는데 수면·휴식 시간이 근무시간보다 2배 정도 많고, 기본급은 근무시간으로 책정돼 월 87만 원도 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부산 사하구 부산여자고등학교는 25일 경비원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근무 형태는 격일제로, 평일 상주시간은 16시간입니다. 이 중 6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10시간은 수면·휴식시간입니다. 주말과 공휴일은 24시간 상주해야 합니다. 9시간 근무하고, 수면·휴식시간은 15시간입니다.

문제는 상주하는 시간은 긴 반면, 임금은 근무시간에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월 평균 근무시간 104시간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기본급은 86만 8400원입니다. 그밖에 급식비로 월 6만 5000원이 지급되고, 1년 이상 근무 시 처우개선비 연 70만 원을 지급합니다. 직종의 특수성을 떠나 매우 부족한 임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진=부산여자고등학교 경비원 채용 공고
사진=부산여자고등학교 경비원 채용 공고

누리꾼들은 “노예보다 더 하다”, “바른 길로 잡아줘야 할 학교에서 꼼수라니”, “교사들도 방학에 월급 주지 마라” 등의 의견을 내며 분노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상주’ 개념 없어서 급여 안줘도 돼”
하지만 이 학교는 채용 공고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부산시교육청의 지침에 따라서 공고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상주’라는 단어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항상 학교에 있지 않아도 된다. 문을 열고 닫는 등 경비 업무를 위한 특정 시간에만 있으면 된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문의해 판단을 들어봤습니다.

“법적으로 학교 측 채용에 잘못된 부분은 없어요.” -노동부 관계자-

근로기준법에 상주라는 개념이 없어 해당 시간에 급여를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근로기준법은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지만, 수면·휴식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경비원의 경우 ‘감시 근로자’로 구분되기 때문에 주휴수당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현행 법률이 이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상주 경비원 87만원’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상식 어긋나…경비원은 상주가 업무인데”
그러나 국민감정은 다릅니다.

휴식 시간임에도 불가피하게 일을 하거나 대기할 수 있고, 하루 종일 집이 아닌 일터에서 잠을 자거나 쉬는 것이 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무사의 판단을 들어봤습니다.

“노동부의 판단은 기계적인 해석입니다. 수면·휴식시간이 상식에 어긋날 정도로 과도하게 길어요.” -김현호 노무사, 삼현공인노무사-

그러면 집에 있으면 되지, 굳이 상주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김현호 노무사는 “경비원 특성상 상주한다는 것 자체가 업무의 일환”이라며 “과연 쉬는 게 쉬는 것일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또 “대기인지 휴게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진정으로 휴게시간이 보장됐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이런 근로 조건은 선의(善意)가 아닌 악의(惡意)다. 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