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때 헬기, 응급 학생 아닌 해경간부들 타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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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31일 1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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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 학생, 병원까지 헬기 20여분 거리를 배 4시간 41분 걸려 이송
특조위 “해경 부실대처로 응급조치 못 받아” 유족 “살릴 수 있었는데…”
해경 헬기는 도착해 있었으나, 서해청장, 해경청장이 타고 가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31일 개최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회담이 끝난 뒤 고 오영석 군 어머니 권미화 씨가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31일 개최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회담이 끝난 뒤 고 오영석 군 어머니 권미화 씨가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자들을 신속하게 이송해야 할 헬기를 해양경찰 간부들이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조위는 “참사 당일 3번째로 물에서 건져 올린 단원고 학생이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해경의 부실대처로 그러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재난 발생 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신속한 조치를 하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임무”라며 “조사 결과 참사 당일 승객에 대한 구조수색 및 발견, 후속 조치가 지연되는 등 전반적인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조위가 해경의 채증 영상·병원기록·함정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참사 당일 오후 5시 24분 해상에서 단원고 학생 A 군이 해경 1010함에 의해 발견됐다.

A 학생은 오후 5시 30분 해경 3009함으로 이송됐다. 이때 해경 응급구조사와 해경 대원들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해경 함정과 인근 병원 간 연결된 응급대응 시스템을 통해 목포 한국병원 의료진이 A 군의 맥박과 산소포화도를 확인했다. 당시 수치는 맥박은 불규칙적이었지만 뛰고 있었고, 산소포화도는 69%로 사망한 상태는 아니었다. 정상 수치는 90%정도다.

발견 당시 맥박이 뛰고 있었던 세월호 희생자 A 군. 사진=‘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영상 갈무리
발견 당시 맥박이 뛰고 있었던 세월호 희생자 A 군. 사진=‘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영상 갈무리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산소포화도가 69%라는 것은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며 100% 사망이라고 판정할 수 없는 상태”라며 “A 군은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병원 의료진은 “즉시 헬기로 이송해야한다”고 지시를 했고, 해경 관계자들은 오후 6시 35분경 이송을 준비했다. 하지만 함정에서 “익수자, P정(다른 배)으로 갑니다”라는 방송이 나왔다.

위원회 조사 결과 A 군이 3009함에 올라왔을 때 해경 B515헬기가 3009함에 내렸다. 그러나 이 헬기는 오후 5시 44분 김수현 당시 서해해양경찰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오후 6시 35분 B517헬기가 착함했지만, 오후 7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박 국장은 “당시 영상을 보면 오후 6시 35분 ‘익수자, P정으로 갑니다’는 방송이 나온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 P정은 시신을 옮겨오던 배”라고 설명했다.

결국 A 군은 4차례나 배를 환승하며 4시간 41분 동안 해상에 있다가 오후 10시 5분에야 한국병원에 도착했고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실질적 사망 시각은 오후 7시 10분이었다. 구조 즉시 헬기를 타고 병원에 갔다면 20여분 걸렸을 것을, 4시간 41분에 걸쳐 이동한 것이다.

A 군을 헬기가 아닌 P정(배)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은 해경. 사진=‘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영상 갈무리
A 군을 헬기가 아닌 P정(배)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은 해경. 사진=‘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영상 갈무리


특조위는 다수의 응급의료진 등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100% 소생은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생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고 의료진 지시가 있었다면 즉시 헬기로 이동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A 군의 경우 원격 의료시스템을 통해 의사로부터 이송조치를 지시받은 상태인 만큼 헬기 이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이와 관련 추가 조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수사 요청을 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특별조사위원회의 발표는 우리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있었고 의사 지시대로 헬기에 태웠으면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내용”이라며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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