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항만창고가 갤러리로… 예술혼으로 ‘제2 개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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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인사이드]인천 중구 개항장문화지구

13일 인천 중구 개항장문화지구를 찾은 관광객들이 레트로풍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거리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13일 인천 중구 개항장문화지구를 찾은 관광객들이 레트로풍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거리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오래된 기억장소에서 내일을 짓는다.’

서울 인사동과 대학로, 경기 파주 헤이리에 이어 2010년 국내 4번째 문화지구로 지정된 인천 중구 개항장문화지구(53만7114m²)는 문화지구 중 가장 넓은 면적이고, 근대 건축물이 가장 많이 밀집돼 있는 곳이다. 100년 전 창고를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개항장문화지구 내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 1호 문화기반 도시재생사업을 선도하는 중심지다.

이곳에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예술인과 지역주민을 주체로 참여시키려는 지역공동체사업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2009년 인천아트플랫폼 개관을 기점으로 10년 세월이 흐르면서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었지만 이젠 예술인들이 꾸준히 몰려들고, 주변에 공공 및 사설 문화예술공간과 레트로풍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 역사성+동시대성 접점 찾는 문화지대


4일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아카이브 강연회가 마련됐다. 이 일대에 있던 100년 전 항만 창고와 무역회사, 주택 등 크고 작은 32개 건물의 보존가치를 따져 재생사업이 이뤄진 과정을 살펴보는 토크쇼 대담이었다. 인천아트플랫폼 총괄건축가였던 황순우 건축사(59)는 재원 부족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던 시련과 문화적 건축설계를 위해 관료적 잣대에 맞서야 했던 상황, 이기적인 예술계 풍토 등 건축재생과정에서 벌어졌던 10년 역사를 털어놓았다.

황 건축사는 “1990년대 말 옛 창고지대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개발계획을 막기 위해 모인 지역활동가, 전문가, 문화예술인들이 인천시에 인천아트플랫폼(당시 예술촌) 정책제안을 했다”며 “시 지원으로 먼저 문화예술가 유입을 위한 입주작가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옛 건축물 13개 동을 연결해 2개 블록으로 재편하는 스트리트형 문화단지인 인천아트플랫폼 재생공사를 2005년부터 본격화해 2009년 완성했다”고 전했다.

32개 건물 중 재생가치가 낮은 19개는 헐고 옛 일본우선주식회사, 대한통운 창고건물, 삼우인쇄소, 영광슈퍼, 금마차다방 등 13개 건물을 입주작가 레지던시, 공연장, 전시장, 시민교육관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레지던시 공간에는 시각예술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예술인들이 매년 50명 안팎 입주해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개항장문화지구의 큰 활력소다. 2009년 9월 개관 기획공연 ‘다시 개항’을 시작으로 시민참여전, 플랫폼 살롱전, 인천리서치 투어, 시민 예술참여 프로그램, 플랫폼 창고세일, 테마 콘서트, 백령도 평화미술프로젝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선보였다.

○ 빈약한 문화 다양성 극복을 향한 도시재생


차이나타운과 맞붙어 있는 인천아트플랫폼 주변엔 19세기 말∼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외교인 사교장 ‘제물포구락부’,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 한국형 짜장면을 개발한 공화춘, 옛 일본제1은행·일본제18은행·일본59은행 인천지점 등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인천시 조사 결과 보존가치가 높은 개항장문화지구 내 근대 건축물이 50여 동이나 되고 50년 넘은 건축물이 700여 채다.

개항장문화지구에 있는 인천근대건축전시관(일본제18은행), 인천개항박물관(일본제1은행), 짜장면박물관(옛 공화춘), 중구생활사전시관(한국 최초 호텔인 대불호텔 터)은 공공 전시시설이다.

사설 문화공간도 이제 50곳에 이른다. 인천시와 중구는 오래된 건축물을 문화향기 풍기는 공간으로 단장할 때 수리비와 문화프로그램 진행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 덕분에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이후 예술기획 ‘임시공간’, 다락소극장, 갤러리 서담재, 인천여관 루비살롱, 아카이브카페 빙고, 갤러리 GO, 관동갤러리, 선광미술관 등이 생겨났다.

그러나 몇몇 전시시설을 제외하고 대개 자생력 확보를 위한 카페 형태여서 창의적인 실험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3년간 예술기획활동을 벌이고 있는 채은영 씨는 “관 주도로 문화 인프라를 깔아주고 개항과 역사 위주의 공공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혜택을 받은 사설공간이 문화를 표면으로 내세우지만 카페같이 상업화되고, 문화프로그램도 획일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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