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명 중 4명 “독박 육아 탓에 직장 그만둔 적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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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둘째 아들을 낳은 최모 씨(35·여)는 5년째 전업주부로 ‘독박 육아’를 하고 있다. 7년 동안 다녔던 무역회사는 첫아이 출산 직전 그만뒀다. 육아휴직을 달가워하지 않는 회사 눈치에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티기가 힘들었다. 출장이 잦은 남편에게 가사와 육아 분담을 기대할 형편도 아니었다. 최 씨는 “친가나 외가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친구들이 제일 부럽다”고 말했다.

0~6세 아이를 둔 여성 중 최 씨처럼 육아를 위해 직장을 관둔 경험이 있는 여성이 40.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영·유아를 기르는 전국 2533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 ‘경력 단절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009년 24.6%, 2012년 25.2%, 2012년 32.3%에서 지난해 8%포인트 증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9일 “2015년까지는 각 자녀당 경력 단절 경험을 조사했지만 지난해는 가구를 기준으로 해 상승폭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도 15~54세 기혼 여성 중 경력단절여성 비중이 20.5%로 전년대비 0.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보육 지원 확대와 기업의 육아휴직 문화 개선에도 여성의 경력 단절 증가 추세는 수그러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들이 일을 그만둔 이유로는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응답이 32.8%로 가장 많았다. 31.2%는 ‘일보다 육아의 가치가 크다’고 답했다. 이어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힘들다’(21.4%), ‘돌보미 등 대리 양육비용이 부담스럽다’(6.4%) 순이었다. 응답자의 약 70%가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돌볼 여건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 둔 셈이다.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만 쏠린 것도 경력 단절을 부추기는 요소다. 이번 조사에서 ‘육아휴직을 해봤다’는 응답은 여성 26%, 남성 1.1%로 차이가 컸다. 남성의 육아휴직 기간은 평균 7.7개월로 여성(13.9개월)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경력단절의 부담은 여성의 결혼과 출산 기피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기준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 비율은 43.5%로 10년 전보다 18.1%포인트 급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30대 여성의 취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경력단절여성을 다시 고용시장으로 끌어들여 인적 자본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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