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없는 살인’ 처벌 가능?…“자백 필요” vs “정황 입증”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일 0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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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살인 등 3개 혐의로 구속 기소
전남편 DNA 흔적 등 정황증거 포착
'육절기 살인사건' 땐 무기징역 판례
계획 아닌 우발 범행 주장 가능성도
"정황만으로 가능" vs "자백이 필요"

전 남편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36)씨 사건이 시신을 찾지 못한 채 법원에 넘겨졌다. 직접 증거인 시신이 없는 살인사건에서 향후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우남준 부장검사)은 전날 고씨를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제주 조천읍 소재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5)씨를 상대로 졸피뎀 탄 음식을 먹게 한 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다음날 시신을 훼손해 제주 인근 바다에 일부 버리고, 고씨 가족 소유 김포 소재 한 아파트 쓰레기분리장에 나머지 시체도 손괴해 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고씨 사건은 지난 5월27일 강씨 가족이 실종 신고를 하면서 드러났으며, 검경은 고씨를 구속 수사해 살해 혐의와 동기·방법 등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전 남편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인천 재활용업체와 김포 소각장 등에서 발견한 뼛조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지만, 결국 동물뼈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제주 구좌읍 쓰레기매립장에서도 뼛조각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다수 발견됐지만, 아직 유전자 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계속된 수색에도 시신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향후 고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통상 살인 사건에서 시신이 없으면 증거가 없는 경우에 해당돼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게 된다.

자백에 의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고씨는 최초 경찰 수사 당시 언론 노출 등을 불만 삼으며 진술을 거부하다, 이후 “기억이 파편화돼 일체 진술을 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검경이 시신 발견에 실패하자,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진술 거부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문에 고씨가 법정에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범행 자체를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검찰은 정황 증거를 통해 유죄를 받아내는데 주력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피해자의 DNA가 남은 흉기 등 증거물 총 89점이 발견됐고, 고씨가 범행 전 졸피뎀이나 니코틴 치사량, 성폭행 신고 미수·처벌 관련 등을 검색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또 고씨가 전 남편과 자녀의 면접교섭일이 결정된 재판 다음날부터 보름간 범행 관련 인터넷 검색을 하며 살인을 계획한 점도 지적했다.

과거 ‘육절기(肉切機) 살인사건’에서도 간접증거로 살인 혐의를 입증한 판례가 있는 만큼, 검찰은 끝내 시신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고씨에게 유죄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절기 살인사건은 2015년 경기 화성에서 세입자가 여성 집주인을 살해한 뒤 육절기로 시신을 손괴·유기한 사건으로, 훼손 정도가 심해 시신을 찾진 못했지만 범행 관련 검색과 육절기 구입 정황 등이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때문에 고씨가 계획이 아닌 우발 범행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고씨는 수사 과정에서 “강씨가 성폭행을 하려고 해 대항하려다 살해하게 됐다”고 주장했었다.

그 근거로 법원에 자신의 신체 일부를 증거 보전해달라고 신청하기도 했다. 남편으로부터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라는 주장이다.

계획적 살인과 달리 우발적 범행은 유죄시 감형 양형요소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몸 여러 부위에 상처나 있고, 일부는 자해흔으로 파악됐다”고 맞서고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시신 없는 사건 전부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할 수 없다”며 “혈흔이 묻은 옷 등이 발견되면 시신을 찾지 못해도 살인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피해자 생존 여부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신을 찾지 못하면 살인죄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며 “고씨 자백이 없는 한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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