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대치’ 노량진수산시장…최후통첩에 긴장감 고조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0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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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 측 "구시장 50여명 신시장 입주 약속"
"잔류상인들은 물리력 동원해 조속히 정리"
상인 측 "지는 싸움 아니다…흔들리지 않아"
남은 이들 강제집행 돌입때엔 반발 거셀듯

2015년부터 5년째 이어지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를 둘러싼 갈등이 막판까지 강대강 대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구(舊)시장 상인들이 신(新)시장 입주 의사를 밝힌 가운데, 수협노량진수산은 잔류 상인들에게 물리력 동원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반면 남은 구시장 상인들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수협노량진수산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시장 일부 상인과 신시장 입주를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8차례의 협상을 통해 전날 최종 입주 합의서를 썼다고 밝혔다.

수협노량진수산은 오는 26일까지 입주신청을 받고 이달 말까지 입주 절차를 완료할 방침이다.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구시장에 남은 영업소는 117개소다. 실질적으로 상시 영업하는 상인은 이 중 70여개소 정도라고 보고 있다.

안재문 수협노량진수산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에서 “모든 절차가 끝나야 정확한 새 입주 인원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지난 협상 과정에서 입주 의향을 밝힌 사람들을 근거로 추산하면 5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주 절차가 끝나면 실제 구시장 부지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안 대표이사는 “힘들게 마련한 추가입주 기회”라며 “남는 구시장 상인들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조속히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의 강제집행, 시설물 폐쇄 등도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는 구시장 건물 노후화 등을 배경으로 2005년 시작된 정책 사업이다. 구시장 일부 상인들이 협소한 공간과 비싼 임대료, 신시장 운영 등을 문제삼아 이전을 거부했고, 수협과 본격적인 갈등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수협 측은 2017년 4월과 지난해 7월·9월·10월 등 네 차례의 강제집행이 무산되자 11월 구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처를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 때 단전·단수 조치에 따라 140여개소가 신시장에 입주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 출입구 폐쇄, 4월25일과 5월20일 연이어 5·6차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등 구시장 폐쇄에 박차를 가했다. 구시장 상인과 수협 직원 간 폭행이 오가는 일도 비일비재해 양측의 갈등이 날로 거세지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수협노량진수산 직원이 술에 취해 구시장에서 망치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한편, 구시장 상인이 명도집행 중인 수협 직원에게 끓는 육개장을 붓는 등의 일도 있었다.

입주가 완료되는 이달 말이 지나면 구시장에는 최대 70여개소의 자리가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협노량진수산에서 물리력 동원을 선언하고, 구시장 잔류 상인 측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대치 강도는 마지막까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함께살자 노량진 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 윤헌주 위원장은 이날 수협노량진수산의 기자회견과 같은 시간 구시장 입구에서 열린 맞불 집회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며 “채 100명이 남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한사람 한사람의 의지가 곧으면 절대 지는 싸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갈 사람은 가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수협노량진수산이) 공실 관리를 강하게 하고, 강제명도집행을 하면서 우리를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던 것”이라며 “우리는 끝까지 투쟁하자. 소수가 대의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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