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양 저유소 화재 이주노동자에 “거짓말 아니냐” 123차례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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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0일 1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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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이주노동자 국적·나이·성별 공표도 사생활 침해”

11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 화재 현장 인근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제2차 합동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18.10.11/뉴스1 © News1
11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 화재 현장 인근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제2차 합동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18.10.11/뉴스1 © News1
경기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이주노동자인 피의자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 아니냐’고 하거나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한 추궁은 자백 강요로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진술거부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고양시 저유소 화재와 관련된 해당 지방경찰청장과 경찰서장에게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의 피의자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지난해 10월에 발생한 저유소 화재사건에서 경찰이 피의자신문을 때 반복적으로 “거짓말 하는 거 아닌가요?”라면서 진술을 강요했고, 언론사 기자들에게 피의자의 이름,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의 종류를 기재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피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였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피의자는 지난해 10월8일 긴급체포 된 이후 28시간 50분(열람시간 포함)동안 총 4차례의 피의자조사를 받았다. 피의자신문조서 기록상으로는 경찰관이 총 62회(1차 1회, 2차 0회, 3차 5회, 4차 56회)에 걸쳐 피의자의 진술이 거짓말이 아니냐고 되묻거나 ‘거짓말하지 말라’ 혹은 ‘거짓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4차 피의자신문의 영상녹화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찰관이 피해자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총 123회에 걸쳐 거짓말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Δ피해자가 이미 모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 답변을 했는데도 다시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 아니냐’고 반복하는 경우가 60회 Δ거짓말인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했지만 경찰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 아니냐’고 반복하는 경우가 20회 Δ모순점 지적과 무관하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이 아니냐’고 반복한 경우가 32회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경찰관의 ‘거짓말 발언’은 피의자 진술 자체를 부정하고, 사실상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행위로 현행 형사사법체계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신문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주노동자의 이름 일부,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의 종류를 언론에 알려 신원이 주변에 드러나도록 한 행위는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이 피의사실 공표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피의자의 이름,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의 종류까지 상세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로 인해 피의자 개인은 물론이고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무관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악화하는데 기여했다”며 “안전관리 부실 문제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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