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서울 중구 고시원 불… ‘스프링클러 지원’ 사각지대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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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17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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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고시원 참사 6개월… ‘위반건축물’엔 스프링클러 지원 불가
집주인, 위반건축물 굳이 개조해 스프링클러 설치해야하나 의문

16일 서울시 중구 필동 A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 뉴스1
16일 서울시 중구 필동 A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 뉴스1
16일 밤 12시께 서울시 중구 필동의 A고시원 4층에서 실화로 추정되는 불이나 약 4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7명이 사망한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밤 12시쯤 4층 고시원에 살던 세입자 B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난로 위에 올려놓은 옷에 불이 붙었다. 5분 뒤 B씨가 집에 돌아왔을 때 방 안은 연기로 자욱했고 급히 불을 끄고 대피했다.

B씨는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방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외국인을 깨워 급히 대피시켰다”며 “소방관이 도착하기 전에 세입자가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해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해당 고시원에 가보니 실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제2의 국일 고시원 참사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고시원 다수 위반건축물오 지원대상 아냐‘

중구청에 따르면 해당 고시원은 지난해 중구청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비 지원사업에 지원하려 문의를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에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이후 15억원을 들여, 2009년 이전에 지어진 노후고시원을 대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3월부터 진행 중이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에서 접수하고 있다.

해당건물주는 2007년부터 4·5층을 고시원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사업에 지원했다. 그러나 시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는 없었다. 1층을 원룸으로 개조한 ’위반건축물‘이었기 때문이다.

위반건축물은 건축물대장에 등재되지 않은 건축물로 허가 또는 신고 없이 건축한 건축물을 말한다. 주차장이나 옥상을 원룸으로 개조하거나 원룸을 불법으로 쪼개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주로 세를 더 받기 위해 집주인이 증축하는 경우가 많다.

중구청 관계자는 “올해 3월 ’노후고시원의 간이스프링클러 지원사업‘에 총 20여개의 고시원이 지원했고 이 중 1개의 고시원만 자격조건이 맞아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3월에) 지원한 고시원 대부분이 위반건축물이었다”며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이 아니어야지만 스프링클러 지원사업 요건에 통과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동작구 또한 총 21개의 고시원이 사업에 지원했고 이 중 5개가 위반건축물이라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실제 지원사업에 신청하는 고시원 수도 적은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시가 파악한 화재에 취약한 노후 고시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총 1061개인데 올해 3월 지원사업을 신청한 고시원은 140여개다.

◇집주인, 굳이 자비 들여 스프링클러 설치하지 않아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로 적지 않은 수가 위반건축물에 해당했다”며 “본인이 불법증축을 했거나 불법증축을 한 같은 건물의 다른 층의 사업자 때문에 위반건축물에 해당했다”고 말했다.

또 “위법사항 때문에 부담을 느껴 신청을 못하는 경우가 여럿 있을 것”이라며 “시로부터 스프링클러 지원사업을 받으면 월세를 동결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 지원 수가 적은 것에 대해 Δ위반건축물 해당 Δ비용 부담 Δ월세 동결 부담을 꼽았다.

위반건축물을 지어 물게되는 벌금인 이행강제금은 건물과세시가표준액에 위반면적을 곱해 나온다. 건물 연식이 오래될수록 시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노후 고시원일수록 이행강제금이 낮다.

이에 대해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는 이런 열악한 건축을 허용해놓는 제도가 문제”라며 “은둔형 빈곤층인 고시원 거주자들에 대해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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