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어려움 말 못해”-학부모 “할말은 한다”…스승의 날 ‘동상이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2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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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초등학교 교사 4년차인 박모 씨는 아직도 학부모들을 대하는 것이 버겁다. 나이가 어려서인지 반말을 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선생님이 잘 모르셨나본데…’라며 학급 운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박 씨는 “부모가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데 아이가 선생님을 존중하겠느냐”며 “교사로서 믿음과 지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초3 자녀를 둔 학부모 한모 씨(41)의 생각은 다르다. 한 씨는 “교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교사들이 사명감이 없다”며 “아이에 대한 애정을 갖고 학부모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교사를 원한다”고 말했다.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교사·학부모의 ‘동상이몽’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디지털 교육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와 함께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초등교사 1972명, 초등 학부모 1533명 등 3500여명을 대상으로 ‘서로에 대해 말하지 못한 속내’를 물었다. 교권 추락 등으로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기 위해서다.

먼저 교사들에게 ‘학부모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93.1%가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에게 ‘교사 때문에 힘든 적’을 물었을 때 20%만이 ‘있다’고 답한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대조를 이뤘다. 교사들은 ‘1 대 다(多)’ 구조로 학부모를 상대하다보니 스트레스가 특히 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교사들은 가장 힘든 부분으로 ‘근무 외 시간에 전화·카톡 연락(28.9%)’를 꼽았다. 초등교사 장모 씨는 “학부모들이 한번 씩만 전화해도 교사는 20여 명과 통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애로 사항으로 △교사의 교육방침, 훈육 등에 대한 간섭(22%) △자기 자녀만 특별대우 해주길 바라는 태도(16.7%) 등을 꼽혔다. 반면 교사들은 △아픈 아이 상태 체크 요청(29.5%) △근무 시간 내 연락(25.8%) △교우 관계 중재 요청(21.8%)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 대해 교사의 10명 중 8명 이상(85.2%)은 ‘학부모에게 말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사들은 △민원 등 더 큰 문제로 이어지거나(50.7%) △학부모가 기분 나빠 할 것(24.3%)을 우려해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학부모들은 교사들과는 반대로 ‘할말은 하는’ 분위기로 파악됐다. 학부모 10명 중 6명이 “담임에게 요청사항을 말 못한 적 없다(64.6%)”고 답했다. 교사에 대한 불만으로는 ‘담임이 학생에 대한 애정 부족(32.6%)’이 가장 많았고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17.3%) △학급 운영 방식 못마땅(11.4%) △특정학생 편애(11.1%) 등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잘 지내기 위해 필요한 점으로는 교사(71.1%)와 학부모(35.6%) 모두가 ‘인격적인 존중’을 제일 많이 꼽았다. 그러나 그 다음 필요한 점으로는 교사들이 ‘가정 내 학생의 인성 교육(21.8%)’이 시급하다고 답한 반면, 학부모들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애정(29.4%)’이 절실하다고 답해 인식차를 나타냈다.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하반기부터 교사들이 근무 시간 외에 학부모들로부터 업무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교원 투넘버 서비스’를 시범 시행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교사들이 휴대전화 한 대를 업무용과 개인용 번호 두 개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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