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 첫발 뗐지만…관련 법 미비·교육청 반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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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9일 12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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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고교 무상교육 올해 2학기부터 실시…2021년 전면시행
예산 확보 위한 법 개정 미비…예산 부담 교육청도 불만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당정청은 이날 고교무상교육시행을 위한 재원 및 입법 문재 등을 논의한다. 2019.4.9/뉴스1 © News1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당정청은 이날 고교무상교육시행을 위한 재원 및 입법 문재 등을 논의한다. 2019.4.9/뉴스1 © News1
당정청이 올해 2학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오는 2021년까지 고교 전학년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약 2조원이 소요될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분담하기로 했다. 다만 관련 예산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고 교육청에 일부 부담을 넘겨 ‘제2의 누리과정 사태’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교무상교육 시행 당정청 협의’에서 고교 무상교육 시행 계획을 확정하고 올해 2학기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애초 국정과제 추진 계획보다 1년 앞당긴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 대상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부터 적용한다. 이후 2020년에는 고2·3학년, 2021년에는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

소요 예산은 올해 3856억원이다. 고교 2·3학년을 지원하는 내년에는 1조3882억원이 들어간다.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2021년에는 1조9951억원이 필요하다.

예산은 국가와 교육청이 반반씩 부담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국가와 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부담금을 제외한 총 소요액을 절반씩 분담한다. 고교 전 학년 시행 예산을 기준으로 정부가 9466억원(47.5%), 교육청이 9466억원(47.5%) 등을 부담하는 셈이다. 나머지 1019억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시·도교육청은 저소득층 고등학생 학비 지원 사업 등으로 5380억원을 쓰고 있다. 정부는 1480억원을 부담한다. 따라서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시행 시 교육청은 4086억원을, 정부는 7986억원을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서 안정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차질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모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안정적인 고교 무상교육 예산 마련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정부가 거둬들인 내국세 총액의 20.46%를 교육 예산으로 쓰도록 시도교육청에 내려주는 돈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지금보다 0.8%포인트가량 올린 21.33%까지 상향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재정당국이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예산을 늘리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해 이번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은 필수”라며 “법 개정이 없다면 매년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 있고 이로 인해 학생·학부모들도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당정청 협의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이달 발의할 예정”이라고 법 개정 지속 추진 입장을 전했다.

교육청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미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체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14일 세종시 협의회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또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을 책임지고 실시하겠다는 약속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더 이상 국가정책 추진과 관련된 재정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기지 말라”고 덧붙였다.

교육청에 예산 부담을 줄 경우 ‘제2의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사태’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누리과정 사태는 박근혜정부 시절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재원 부담 주체를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벌어졌던 극심한 갈등을 말한다.

협의회는 “시·도교육감들은 고교 무상교육의 문제가 누리과정 사태로 비화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와 재정당국은 의무감을 갖고 교육적 책임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무상교육 도입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안정적 예산 마련을 위한 법 개정을 완료하지 않고 또 국가의 책임을 교육청에 일부 넘긴 점은 아쉽다”며 “이런 불완전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정부와 교육청간 갈등이 또 불거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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