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덮기 급급한 공영홈쇼핑, ‘솜방망이’ 징계 후 번복…‘사표’로 무마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3일 0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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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간부 2명 ‘구두 경고’ 했다가 뒤늦게 ‘중징계’
성추행 간부 ‘사표’처리…중기부 “재정비 권고할 것”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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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홈쇼핑이 성희롱 의혹이 제기된 간부를 솜방망이 처벌했다가 중소벤처기업부의 감사를 받은 후 뒤늦게 재조사를 벌여 중징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영홈쇼핑은 2년 전 성희롱을 저지른 간부를 적발하고도 징계 규정에도 없는 ‘구두 경고’로 무마했다가 중기부의 경고를 받고 나서야 중징계한 사실도 드러났다.

아울러 특정 간부가 다수의 여직원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퇴사 처리해 사건을 종결한 사실도 <뉴스1> 취재 결과 확인됐다.

중기부는 공영홈쇼핑의 인사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징계 규정 재정비를 권고하기로 했다.

◇‘사장 지시’에 성희롱 간부 ‘구두 경고’ 종결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지난 1월 말 중기부에 ‘성희롱 사건 재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성희롱 혐의를 받던 간부 2명을 각각 정직 3개월·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했다는 결과가 담겼다.

흥미로운 점은 공영홈쇼핑이 두 간부의 혐의에 대해 ‘재조사’를 나선 배경이다.

앞서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11월 중기부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처리 부적정’ 경고와 함께 ‘성희롱 사건 전면 재조사’ 요구를 받았다. 같은 해 9월에 있었던 중기부 ‘종합감사’에 따른 조치였다.

중기부가 공시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지난 2017년 4월 사내 간부 A씨가 부서 직원들을 성희롱했다는 제보와 혐의점을 확보하고도 단순 ‘구두경고’로 사건을 종결했다.

성비위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자체 규정인 ‘성희롱 예방지침’에 따라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업무공간을 분리해야 하지만 이같은 절차는 모두 무시됐다.

‘솜방망이 처벌’의 배후에는 ‘사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부 감사 결과, 공영홈쇼핑은 당시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고 A씨에게 구두주의 및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중기부로부터 감사 지적을 받은 공영홈쇼핑은 사건을 재조사해 A씨의 징계 수위를 ‘구두경고’에서 ‘정직 1개월’로 변경했다.

◇부실징계했다가 감사 시작하자 ‘자진신고’도

공영홈쇼핑이 성비위 직원을 솜방망이 처벌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뉴스1> 취재 결과 공영홈쇼핑은 당시 중기부의 감사가 시작되자 부실징계를 먼저 ‘자진고백’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지난 2016년 9월 한 간부급 직원 B씨가 여직원들을 성희롱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도 ‘구두경고’로 사건을 종결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는 이뤄졌지만, 그마저도 징계에 따른 처분이 아니라 ‘정기 인사발령’이었다.

하지만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9월 중기부로부터 종합감사를 받게 되자 스스로 ‘사건을 재조사해 처분 결과를 제출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공영홈쇼핑은 지난 1월 말 B씨를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했다는 재조사 결과를 중기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공영홈쇼핑은 “당시 B씨에 대한 성희롱 제보는 있었지만 증거가 없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구두 경고를 한 것”이라며 “이후 증거를 확보해 중징계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년간 찾지 못했던 증거를 불과 5개월 만에 확보해 다시 징계했다는 논리”라며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성추행 간부 ‘사표’ 처리…중기부 “재정비 권고할 것”

특정 간부가 7개월에 걸쳐 다수의 여직원을 성희롱·강제추행한 혐의를 인지하고도 단순 퇴사 처리해 사건을 종결했던 사건도 있었다.

공영홈쇼핑이 공시한 ‘2018년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간부급 직원 C씨가 수차례에 걸쳐 여직원들을 성희롱하거나 강제추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C씨의 자진사임을 받아들였다.

C씨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6년 1월까지 7개월 동안 여직원들에게 부적절한 말을 하거나 직무와 직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었지만, C씨는 별다른 조사나 징계를 받지 않고 회사를 떠났다. C씨가 ‘억울하다’며 던진 사표를 공영홈쇼핑이 수리해 사건이 종결됐기 때문이다. 공영홈쇼핑은 이 사건에 대해 Δ부서 조직변경 Δ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의 조치만 취했다.

심지어 이 사건은 중기부의 감사 지적에서도 비켜 나갔다.

공공기관은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라 성추행이나 성폭력 혐의를 받는 직원이 사표를 낼 경우 징계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수리를 거부해야 한다. 공영홈쇼핑은 ‘기타 공공기관’이어서 이 예규가 적용되지 않아서다.

C씨의 성비위는 공영홈쇼핑이 기타 공공기관에 편입되기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도 한 가지 이유였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2월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준정부기관은 공무원 징계예규가 적용돼 성비위 사건의 가해자가 사표를 제출해도 이를 거부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며 “하지만 기타 공공기관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기관 관계자도 “성추행은 성희롱과 달리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라며 “성추행이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는데도 단순 퇴사로 사건을 종결한 것은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모든 사건을 절차대로 처리했다”고 해명했지만 중기부는 공영홈쇼핑의 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징계규정 재정비를 권고할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C씨의 사례를 검토해 향후 성비위 사건의 혐의자가 사표를 제출할 경우 이를 거부하고 진상조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항을 징계규정에 삽입하도록 공영홈쇼핑에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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