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주년 제주 4·3, 광주 5·18 이어 유네스코 등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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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3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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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공인통해 이념 갈등 해소…미래세대 계승
희생자 재판 등 각종 기록물 2936점 검토

제주4·3 71주년을 맞아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는 4·3의 역사적의의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아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미래세대에 계승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제주4·3에 대한 미군정 책임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알려 전국화를 넘어 전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5·18 등 16건 등록

유네스크 기록유산이란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값진 기록물을 보전 활용한다는 목적으로 1997년부터 2년마다 국제자문위원회의 심의추천을 거쳐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지정한다.

홀수해마다 격년제로 심사하며 신청서는 영어 또는 불어로 작성해야 한다.

필사본, 도서, 신문, 포스터 등 글로 된 기록뿐만 아니라 그림과 음악 등의 비기록자료와 영상, 오디오 등을 포함한 전자 데이터도 포함된다.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려면 인류문화의 중요기록을 담고 있어야 한다. 유네스코는 진정성·독창성·비대체성·세계적 영향성·희귀성·원형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16건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는 세계 4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가장 많은 기록물 등재다.

대표적으로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동의보감, 난중일기 등이 있으며 근현대사에서는 새마을운동 기록물, KBS이산가족찾기 기록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2011년 선정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은 국가 격변기 평범한 사람들이 국가 공권력에 희생당했다는 점에서 4·3과 유사하다.

5·18기념재단과 광주시, 전남대 등은 2009년 10월부터 유네스코와 기록유산 등재를 협의해 2년만인 2011년 5월 최종 선정됐다.

국가기관이 생산한 5·18 민주화운동 자료와 군사법기관 재판자료,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자료 등을 비롯해 시민 성명서와 선언문, 취재수첩, 일기, 사진, 시민 기록과 증언, 그리고 미국의 5·18 관련 비밀해제 문서 등 4271권(85만8900여 페이지)의 기록문서와 필름 2017개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5·18 세계기록유산등재는 불의한 국가권력에 저항했던 광주시민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국제사회에 공인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민주, 평화 정신을 세계와 공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3 유네스코 등재 추진 어디까지 왔나

제주에서 4·3기록물을 유네스코에 등재해야한다는 논의는 2012년 12월 4·3평화재단 주최로 열린 전문가 초청토론회가 발단이다.

다음해인 2013년 3월 제주도의회와 4·3평화재단이 함께 다시 한번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고 2015년 67주년 추념식에서 원희룡 도지사가 ‘4·3유적과 기록의 국가 및 국제적 공인 노력’을 공언했다.

이후 70주년인 2018년엔 4·3 전국화와 세계화가 화두로 떠올랐고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성공해야할 숙원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4·3평화재단과 한국유네스코협회연맹이 Δ4·3의 진실과 평화·화해 운동의 자료 공유 Δ평화·화해 운동의 시민교육 확산·협력 Δ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협력 등을 골자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한 4·3기록물은 희생자 재판기록물, 군·경기록, 미군정기록, 무장대기록 등이다.

현재까지 문서류 1196점, 사진류 63점, 영상·녹음기록물 1677점 등 2936점이 검토되고 있다.

제주도는 2021년 등재를 목표로 올해는 문서류, 사진류, 영상, 녹음물 등 전국과 미국 등에 뿔뿔히 흩어진 2936점을 현지에서 조사할 계획이다.

또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를 작성하고 오는 6월20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인권의 상징인 뉴욕 UN본부에서 제주4·3과 인권, 책임, 그리고 화해를 주제로 UN인권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심포지엄에는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 주교의 기조발표를 시작으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 대학교 석좌교수,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동북아 실장 등 세계적 석학이 발표자로 나선다.

5·18 등재 당시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운동과 이를 극복한 과정은 앞으로 4·3의 도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어 주목할만하다.

5·18 기록물이 유네스코에 신청되자마자 우익단체가 반대를 시작했고 급기야 우익 대표가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직접 찾아가는 등 논란이 됐다. 이에 유네스코는 국내에서 논쟁이 되는 사안을 심사할 수 없다며 보류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광주시장이 국무총리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보증을 촉구했고 총리가 유네스코 대사 등에게 총리 훈령을 통해 국가 입장을 전달하면서 이 문제는 해결됐다.

애초 제주도는 2020년 3월까지 유네스코 사무국에 기록물 신청서를 제출하고 2021년 하반기에는 등재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4·3 세계기록물 등재는 유네스코 내부 사정으로 잠시 보류된 상태나 다름없다.

유네스코본부는 기록유산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과 국가간 갈등 소지가 있는 부분의 대안 마련 등을 이유로 2017년 하반기부터 심사를 보류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4·3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신청 일정은 매우 유동적”이라며 “등재신청서 작성과 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해 언제든 신청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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