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취소 안되는데 뭐”… 불법 부추기는 솜방망이 처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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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면허정지 3개월’ 그쳐… 자격정지 끝나면 다시 의료행위
적발 758명중 52명 ‘상습범’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의료인과 사무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우선 꼽힌다. 면허를 빌려준 의료인의 경우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아야 면허가 취소된다. 벌금형을 받으면 ‘면허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에 그친다. 자격 정지가 끝나면 다시 의료행위를 하는 데 지장이 없다. 정부가 사무장병원의 불법 의료행위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의료인 중 반복해서 면허를 빌려주는 ‘상습범’도 적지 않다.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사무장병원 설립으로 적발된 의료인 758명 중 52명은 2차례 이상 면허를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3명은 3회, 2명은 4회씩 면허를 대여했다.

한의사 황모 씨는 4차례나 ‘바지 원장’ 노릇을 하다 적발됐다. 황 씨는 2009년 지병이 악화되자 한의원을 폐원한 뒤 돈을 벌 ‘꼼수’를 생각해냈다. 매달 8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사무장이 운영하는 한방병원에 이름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이 병원이 문을 닫자 인터넷에서 ‘원장님을 찾는다’는 구인 글을 보고 또다시 면허를 대여해줬다. 황 씨는 네 차례 면허를 빌려주고 약 8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정부는 불법 의료기관을 개설한 사무장과 의료인에 대한 처벌 강화 지적에 따라 사무장병원 개설자의 처벌 수위를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에는 면허 대여가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면허를 재교부받지 못하는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강화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솜방망이#면허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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